여당 지도부, 단식농성장 방문
이정미 “선거제도 합의하면 단식 푼다”
윤호중 “굶고 계시는데 논의가 되겠냐”
민주당-야당, 만류와 설득·논쟁 뒤엉켜
이정미 “선거제도 합의하면 단식 푼다”
윤호중 “굶고 계시는데 논의가 되겠냐”
민주당-야당, 만류와 설득·논쟁 뒤엉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지 닷새째인 10일 오전 10시15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함께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이해찬 대표는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차례로 찾으며 대화를 나눴다. 짧지만 이들의 대화에서 이번 국면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를 엿볼 수 있다.
■ 이해찬 vs 손학규
이 대목에서 이 대표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이해찬 대표가 손 대표의 농성장을 떠나려던 때, 민주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이 말을 보탰다.
■ 이해찬 vs 이정미
바로 3m 옆에서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을 하고 있었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함께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정미 대표는 연설에 가깝게 얘기했다. 이정미 대표의 손을 잡은 채 가만히 듣던 이해찬 대표는 “논의를 시작하자”는 말을 반복했다.
다소 격앙된 태도로 말을 이어가던 이정미 대표는 민주당이 야 3당을 제외한 채 자유한국당과 함께 이번 예산안을 통과시킨 점을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3년 반 남았습니다. 3년 반 동안 개혁이 성공해야 합니다. 그러면 이 개혁의 파트너는 누가 될 것인가. 그 사람들과 어떻게 끈질기게 논의해야 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예산안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서둘렀지만, 그 과정에서 야 3당을 파트너로 여기기 위해서 어떤 논의를 했는지 정말 여쭤보고 싶습니다.”
얘기가 길어지자 민주당 사무총장인 윤호중 의원이 나섰다.
이정미 대표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이 나섰다. “사무총장님. 여기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농성하는 분과 토론하자는 겁니까?”
■ 이해찬 vs 정동영
단식을 하고 있진 않지만,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해찬 대표는 이번에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이해찬 대표의 단식농성장 방문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H6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둘째)가 10일 오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국회 중앙홀에서 단식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이해찬: 할 말이 없네요. 할 말이.
손학규: 이해찬 대표가 웃었어요. 웃었으니까 이제 잘되겠지.
이해찬: 건강을 굉장히 걱정들 많이 하시더라고.
손학규: 난 건강해. 건강하니까 오래 끌어. 오래 끌다가 죽을 때쯤 돼서….
이해찬: 서로 대화해서 선거법 개정은 하면 될 거 아닙니까.
손학규: 해야지. 하는 걸 봐야지.
이해찬: 왜 단식을 해요, 왜.
손학규: 김대중 대통령은 왜 단식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왜 단식했어요.
이해찬: 이제 단식을 푸시고….
손학규: 아니, 뭐가 돼야 풀지.
이해찬: 이제 (논의를) 시작하면 되잖아요.
손학규: 이해찬 대표가, 민주당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선거제도 개혁을 확실히 하겠다….
이해찬: 지난번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안, 수용했잖아요.
손학규: 김관영 원내대표 말이, 민주당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데 예산을 한국당하고 둘이…. 면전에서 죄송하지만 야합을 해서 통과시킨 그게…. 선거제 개혁은 이제 없다 이런 거 아니에요.
이해찬: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인데, 빨리 통과시켜야죠. 그걸 야합이라 얘기하면 어떡해요?
손학규: 야합이지. 야합이지. 민주당이 어떻게 집권했는데….
이해찬: 다른 것도 아니고 국민이 먹고 사는 예산인데…. 논쟁하러 온 건 아니고, 선거법, 협상하자니까요?
손학규: 민주당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이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해 봐도 해야겠다, 대통령도 그런 뜻을 갖고 있고 하니까…. 선거법 개정을 확실히 한다고 하는 걸 보여달라.
이해찬: 그래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입법권까지 내준 것 아닙니까?
설훈: 의석수를 늘려선 안 된다는 국민의 당부 말씀이 있어서요.
손학규: 그런 이야기 하지 마시고….
설훈: 그게 제일 중요하죠, 사실은. 그게 제일 중요한데, 그걸 쏙 빼놓고 하니까 안 풀리는 거죠.
손학규: 아니, 의석수 이야기하지 마시고. 이 대표나 나나 일생에 민주주의를 위해서 자부심 갖고 산 만큼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이 촛불혁명을 한 단계,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라는 것을….
이해찬: 손 대표가 단식 풀 때부터 내가 협상 시작할게요.
손학규: 협상 끝날 때까지 제가 몸을 바칠게요.
이해찬: 단식 풀면 협상을 시작할게요.
손학규: (협상) 끝나는 것 보고 단식을 풀든지….
이해찬: 아니, 여태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데요?
손학규: 내가 건강하니 꽤 갈 것입니다. 되도록 빨리, 다시, 건강하게 다시 막걸리를 마실 수 있게 해주시오.
이해찬: 막걸리 마시던 그때로 돌아가자고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0일 오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국회 중앙홀에서 단식농성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눈 뒤 일어서며 인사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이해찬: 단식을 하면 어떡해….
이정미: 대표님이 단식을 풀게 해주십시오. 저는 ‘선거제도 개혁할 수 있다’ ‘동의한다’ 그런 얘기는 더 이상 안 믿으려고 합니다. 딱 선거제도, 이렇게 바꾸기로 합의하기 전에는 여기 있을 겁니다.
이해찬: 저번에 내가 얘기를 했잖아요.
이정미: … 제가 제일 충격받은 건 홍영표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선거제도 개혁은 국회의원의 밥그릇이고 국회 예산안은 국민 밥그릇이라고…. 여기 앉아 여기서 얘기하는 야 3당이 다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단식하면서 예산 발목 잡는다고….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하자고 하지만 속으로는 별 생각이 없구나, 이런 생각으로 있었습니다. … 예산안 통과 과정 자체도, 야 3당을 ‘패싱’하고 만든 결과가 이것밖에 안 되는가. 복지 예산에서 기초생활수급 노인들 10만원 주는 것도 깎고, 국회 예산을 늘리고 … 이것에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12월 안에 (선거제도 개혁) 합의안이 나와야 합니다.
이정미: 시작이 아니라, 언제까지 어떻게, 라는 이야기가 나와야 합니다.
이해찬: 선거법 협상은 대단히 복잡한 협상이라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합니다.
이정미: 그런데 모든 의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는 없어요.
이해찬: 물론 그렇죠.
이정미: 국민들을 만족시킬 제도를 만들고, 국회의원들이 자기 기득권을 내려놔야 합니다.
이해찬: 그러니까 단식을 풀고…. 그때 저랑 여러번 얘기한 것…. 단 한 번도 제가 가식적으로 얘기한 적이 있나요? … 정의당은 비례성이 중요하다고 하고 우리는 여당으로서 전문성이 필요하고, 대표성도…. 세가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이정미: 정개특위 안에서 12월까지 합의안을 만들면 저는 단식을 풀겠습니다.
윤호중: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정상화해주십시오.
이정미: 뭐가 정상화예요? … 정개특위에서 합의안이 있잖아요.
윤호중: 이렇게 굶고 계시는데 어떻게 논의가 이뤄집니까. 어느 선만 그어놓고, 여기까지 안 오면 절대 안 온다고 하면 합리적 논의가 되겠습니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천막농성 중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국회 중앙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정동영: 정치개혁을 하자는 것인데, 이해찬 대표가 앞장을 서야지 민주당이 한국당과 합니까.
이해찬: 어떻게 국가 예산 통과를 안 시켜요.
정동영: 천하의 이해찬은 정치개혁을 위해 살아온 사람 아닙니까. 민주당에 야 3당과 친여 무소속 의원을 합하면 182석인데, 182석으로 예산과 정치개혁을 하면 정부 성공에도 도움이 되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예산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것 아니잖아요.
이해찬: 그래서 내가 연계하지 말자고 했잖아요. 연계하면 이렇게 된다고…. 예산은 예산대로 하고, 정개특위는 그거대로 가야죠. 예산안 통과 안 시키면 어떻게 돼….
정동영: 예산안 처리했으니 선거제도를…. 이제 임시국회 바로 소집해야죠.
이해찬: 정개특위에서 얘기를 좀 하고 해야죠.
정동영: 정개특위 구성원을 보면 합의될 성질이 아니지 않아요.
이해찬: 정개특위 (가동된 지) 한달도 안 됐잖아요, 지금.
정동영: 정치개혁에 이해찬 대표가 앞장서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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