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간사(왼쪽)와 자유한국당 박덕흠 간사가 11일 오전 강릉선 케이티엑스 열차 탈선사고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회의 진행을 협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케이티엑스(KTX) 열차 탈선 사고에 관한 현안 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오전 회의가 절차 문제로 여야 간 언쟁을 주고받다 파행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과 여당 의원 사이에 거친 말과 고성이 오가는 일도 벌어졌다.
회의가 예정된 이날 오전 11시 국토위 회의장에는 한국당과 민주평화당 의원만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토위 여야 간사들이 의사일정 합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가 열리자 항의 표시로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11시30분쯤 되자 박순자 위원장이 직권으로 회의를 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영식 코레일 사장의 참석을 요구했고, 박 위원장은 김 장관은 오전 국무회의 뒤 오후에 참석할 예정이며 오영식 사장은 현재 국회로 이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의가 진행되자 민주당 간사인 윤관석 의원이 참석해 “간사끼리 회의 시간을 조정 중이었는데 위원장이 한국당 의견만 받아서 민주당·바른미래당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연 것은 부적절하다. 일단 정회하고 3당이 의사진행에 대한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당 함진규·이현재 의원이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할 때는 직권으로 소집할 수 있다. 합의도 중요하지만 국민 관심이 큰 사안에 합의를 기다린다면 국민이 얼마나 답답해하겠나”라고 반박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이혜훈 의원은 “회의 개최 얘기를 일절 듣지 못하고 언론을 통해 들었다. 의원들이 사보타주할 땐 위원장이 직권으로 열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절차를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앞줄 오른쪽)과 정인수 철도공사 부사장(앞줄 왼쪽)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순자 위원장은 “행정실을 통해 3당 간사에게 분명히 문자메시지로 일정을 통보했다. 절대 일방적이지 않다. 지난 8일 사고가 났고, 사건의 시급성과 국민의 불안을 고려하면 어제 열려야 할 회의였다. 그럼에도 합의를 위한 시간을 줬는데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회의를 강행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이혜훈 의원은 재차 “일정을 통보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고, 박 위원장은 “시간부터 지키라”고 맞받았다. 이 무렵부터 질서가 무너지며 각 당 의원들은 고성을 주고받으며 서로 할 말만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일정을 여야 합의로 잡아야 한다”며 정회를 요구했다. 이에 질세라 한국당은 “회의를 계속 진행하시라”고 요구하며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속속 합류하며 전선이 커졌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저도 국회법 다 안다. 이렇게 하시면 안 돼죠!”라고 강하게 비판하자 박 위원장은 “뭐 하는 추태예요? 무슨 추태를 부리고 있어?”라고 했고, 박홍근 의원은 “이게 왜 추태입니까?”라고 했다. 말싸움이 길어지자 박 위원장은 “여기가 깡패집단이야? 그만하세요”라며 회의를 진행하려 했다. 이에 박홍근 의원이 “독선이고 횡포다. 위원장이 완장 차면 다냐?”고 했고 박순자 위원장은 “싸구려 노동판에서 왔나, 어디서 말을 함부로 하고 있어? 완장이라니!”라며 버럭했다.
회의를 강행하려는 위원장과 서로 자기 말만 하는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한바탕 소란을 벌이고 나서야 회의장은 조금 진정됐다. 하지만 시간은 정오를 넘어갔고,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 뒤 정인수 코레일 부사장이 간략한 사고 개요를 설명하고 오전 회의를 마쳤다. 오후 회의는 2시부터 속개됐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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