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의역 사고 1주기를 맞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승강장을 찾아 추모 헌화를 하고 있다. 2016년 5월28일 구의역 9-4승강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19)이 안전문을 고치다 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했다. 사진 공동취재단
2016년 5월 비정규직 노동자가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이른바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노동자들의 안전사고에 대해 기업의 엄중한 책임을 묻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2년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28년 만에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역시 탄력근로제 확대 이견 등 현안에 막혀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이던 2016년 6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7개를 패키지로 발의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사내 하도급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처 의무를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중심이 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으로 노동자가 사망에 이를 경우, 범죄 행위로 간주해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기업살인처벌법’(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고, 당시 국민의당에서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발의하며 입법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 등 관련 상임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 강화의 경우 기업에 큰 부담이 되거나 지나친 규제가 된다는 반대 논리가 만만치 않다”며 “여야 원내대표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과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같은 뜨거운 이슈에 산업안전 관련 논의는 밀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지난 10월30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원청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처를 해야 할 범위를 ‘일부 위험한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선고할 수 있는 징역형의 상한을 현행 1년에서 하청 사업주와 같은 5년으로 높이는 내용 등을 담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은 1990년 이후 28년 만이다. 재계가 “처벌이 지나치다”며 반발하면서 지난 2월 입법예고된 지 8개월 만에야 국무회의에서 확정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가 숨졌을 때 사업주가 받게 되는 하한형(1년 이상)이 빠지는 등 내용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마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의원은 “보수야당이 탄력근로제 개정을 요구하며 법안심사를 거부해, 정기국회 때 노동 관련 법안심사 소위를 한번도 열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당 역시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자성이 나온다. 노동계 출신의 한 의원은 “지금 남 탓 할 것 없다”고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가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가 열리는 대로 조속히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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