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태안보건의료원 상례원에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김용균(24)씨의 부모가 오열하고 있다. 태안/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24)씨 소속회사인 한국발전기술이 ‘설비 순회점검 구역 출입 시 2인1조로 점검에 임한다’는 내부 지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11일 새벽 혼자 밤샘근무를 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기계를 멈출 수 있는 한명만 있었어도 목숨을 살렸을 것”(
‘풀코드’ 당길 한 사람만 있었어도…그는 살았다)이라는 안타까움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발전기술이 ‘2인1조’ 지침만 제대로 지켰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겨레>에 공개한 한국발전기술의 ‘석탄취급설비 순회점검 지침서’를 보면, 한국발전기술은 설비 순회점검의 ‘안전·보건 사항’에 “점검 구역의 소음 지역 및 분진 지역 출입 시는 2인1조로 점검에 임하도록 한다”고 적시했다. 한국발전기술은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석탄취급 설비 운전을 위탁받은 하청업체다.
이 회사 연료운영팀에서 일하던 김씨는 컨베이어벨트 작동 현황을 살피고 기계에 떨어진 석탄을 치우는 ‘낙탄 제거’ 업무를 해왔는데, 노동조합은 작업의 위험성을 근거로 회사 쪽에 줄곧 ‘2인1조 근무’를 요구해왔다. 두명이 함께 있어야 사고가 발생할 경우 ‘풀코드’(긴급하게 컨베이어벨트를 중지시키는 장치)를 당기는 등 서로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발전기술은 ‘단순 업무’라며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체 지침도 무시했다. 홀로 일하던 김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 쪽은 경찰 조사에서 ‘근무 매뉴얼에 2인1조 근무 원칙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 내부 지침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검토 및 승인을 통해 완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서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의 관련 팀들의 검토를 거쳐 2017년 4월 최종 승인을 받았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11일 <한겨레>에 “오버홀(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진행하는 계획 정비) 중에는 2인1조를 반드시 구성해 다니게 돼 있지만, 정상 운영 중에 순찰할 경우에는 혼자 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한국서부발전이 승인한 ‘내부 지침’ 내용이 드러나자, “(2인1조) 지침은 있지만, 점검은 과거부터 통상 1명이 다녔다”고 말을 바꿨다. 또 “현장에선 순찰까지 2인1조로 하기엔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원청업체의 방조 아래 노동자들이 위험한 ‘1인 근무’에 내몰린 셈이다.
우원식 의원은 “하청업체가 작업의 위험성을 감안해 ‘안전·보건 사항’으로 2인1조를 규정해놓고도 비용 절감을 위해 현장에선 이를 지키지 않아온 탓에 이번 사고를 막을 최소한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특히 원청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은 이 지침을 승인까지 해놓고 ‘2인1조 지침을 몰랐다’고 하는 둥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경화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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