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이 지난 15일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큰 틀에 합의한 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민심을 의회에 제대로 반영할 방식을 정하는 중요한 논의이지만, 각종 용어가 어렵고 쟁점이 복잡해 논의 과정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한겨레>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선거제도 개편 합의안’(총 6개항) 가운데 핵심 쟁점인 1~3항을 차례로 들여다보려고 한다. 여야가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며 합의 1항으로 올린 연동형 비례대표제부터 살펴본다.
■ 연동형 비례제는 무엇?
우리나라 국회의원을 뽑을 때 유권자는 두 표를 찍는다. 한 표는 자신이 사는 지역에 출마한 후보(인물투표)에게, 다른 한 표는 선호하는 정당(정당투표)에 찍는다. 인물투표로 지역구 의원(총 253명)을 뽑고, 정당투표로 비례대표(총 47명)를 선출한다. 인물투표와 정당투표가 별개로 작용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 한 표, 정당에 한 표를 찍는 것은 같지만, 선호 정당에 찍은 정당득표율이 그 정당의 의석수를 좌우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제도는 정당득표율대로 정당별 의석을 먼저 배분한 뒤, 지역구 당선자 수가 배분된 의석수보다 적으면 그 부족분만큼 그 정당이 제출한 비례대표 후보들 중에서 채워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00명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ㄱ당이 10%의 정당득표율을 얻었다고 해보자. ㄱ당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30석(300×0.1)을 먼저 배분받는다. 그런데 이 당이 지역구에서 20명이 당선됐다면, 배분된 30석보다 10석이 모자란다. 그 10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준다. 만약 이 당이 지역구에서 32명이 뽑혔다면, 이 당에 배분된 30석을 지역구로 이미 채웠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보충해주지 않는다. 다만 배분 의석보다 지역구에서 2명이 더 뽑혔지만, 지역 주민이 직접 뽑은 대표여서 초과 2석을 그대로 인정해준다.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에 대한 민심의 지지가 의석수에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면서도, 지역 대표도 직접 뽑는 방식이 섞인 제도다.
■ 연동형 비례제가 왜 거론되나?
현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승자 독식’ 제도라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됐다. 2016년 20대 총선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지역구에서 총 888만1369표(37%)를 얻었지만, 실제 지역구 의석은 253석 가운데 110석(43.5%)을 차지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도 총 920만690표(38.3%)를 얻었지만, 지역구 당선 비율(105석·41.5%)이 그보다 높았다. 반면 당시 국민의당은 전국 지역구에서 356만5451표(14.9%)를 얻었지만 실제 지역구 의석은 이보다 적은 9.9%(25석)를 차지했다. 정의당은 39만5357표(1.6%)를 얻었지만 실제 지역구 의석은 0.79%(2석)만 얻었다.
당시 정당에 찍은 정당득표율과 그 정당이 얻은 의석수(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총합)를 비교해도 이런 양상이 나타난다. 민주당은 25.5%, 새누리당은 33.5%의 정당득표율을 얻었지만, 두 당의 총 의석수 비율은 각각 41.0%(123석), 40.7%(122석)였다. 반면 국민의당은 26.7%, 정의당은 7.2%를 얻었지만, 실제 의석수 비율은 각각 12.7%(38석), 2.0%(6석)로 적었다. 거대 양당은 정당득표율보다 의석을 많이 가져가고, 그 외 정당은 의석을 적게 가져가는 불공정성이 나타났다. 이는 거대 정당이 소선거구제(최다 득표자 1명만 당선) 방식으로 치르는 지역구 선거에서 자금·인적 지원을 앞세워 대거 당선되고, 적은 수의 비례대표 의석마저 자신들의 몫을 챙겨가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학계와 시민사회 등에선 정당득표율로 전체 의석수를 나누되, 지역구 의원도 직접 뽑아 지역 대표성도 살리는 연동형 비례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게 됐다.
■ 야3당은 왜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하나?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현 선거제도가 ‘민심을 왜곡’한다고 지적한다. 이들 야3당이 단식까지 하며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한 것은 현행 선거제도보다는 연동형 비례제가 정당에 대한 민심의 지지가 국회 의석에 최대한 반영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 비정규직·자영업자·청년 등 정치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집중적으로 대변하는 정당들이 의회에 진입할 기회가 더 열릴 것이라고 본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를 통해 다양한 정당이 의회에 진입하면 “그간 국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분들의 의자를 국회에 놓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연동형 비례제 도입 구체적인 방안은?
그럼 여야 5당이 적극 검토한다고 한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까지 거론되는 연동형 방식은 대략 세가지다.
먼저 독일식이다. 앞서 설명한 연동형 비례제 작동 방식처럼, 정당득표율대로 정당별 의석을 100% 나누는 방식이다. 야3당과 5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정치개혁공동행동이 이 방식을 주장한다.
둘째, 민주당 주장처럼 한국 실정에 맞게 연동형을 변형 적용하자는 안이다. 여기엔 정당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득표율대로 의석수를 100% 배분하는 것이 “민심의 정확한 반영이냐”는 의문이 깔려 있다. 또 ‘100% 연동형 비례제’의 경우 정당별 배분 의석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더 많은 정당에는 비례대표 의석을 채워주지 않는데, 이러면 이 당은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를 영입하기 어렵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아직 민주당은 이른바 ‘한국식 연동형’ 방안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충분히 이기더라도, 비례대표 의석도 일정 부분 보장받는 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관측된다.
마지막으로 19대 국회에서 제기된 ‘이병석 의원안’과 유사한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방식은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소속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제시한 선거제도 개편 중재안이다. 이 안은 연동형으로 하되 정당득표율의 ‘과반’만 보장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ㄱ당이 15%의 정당득표율을 얻었다면 총 300석의 15%인 45석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과반인 23석만 배정한다. ㄱ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17명이라면 비례대표 의석 6석을 주는 것이다. 연동형 비례제 기본 방식을 절반만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군소정당도 현행 제도보다 전체 의석수가 일정 부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 논의가 잘될까?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지만 ‘산 넘어 산’이다. 여야가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여야의 생각이 제각각이다. 야3당은 독일식 연동형에 가깝게 도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현행 300석인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의원 정수 고정을 기본으로 두고 연동형 방식 일부를 적용하자는 쪽이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에 합의한 게 아니라 연동형 도입을 검토한다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편이 권력구조 개편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만큼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려면 대통령제를 내각제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어 논의가 복잡하게 흘러갈 수도 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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