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이틀째 장외투쟁 사립학교법 개정 강행에 반발해 이틀째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4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장외집회에 참석, 사학법 개정 무효화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 다수 ‘사학’ 현실 체감한 교육소비자…한나라 ‘구호’안먹혀
“ 날씨 춥다고 26분 만에 들어온 온실 속 ‘웰빙당’ 맞죠? 그쵸?”(alwayser)
“한나라당 사람들이 부자인 것은 알겠는데 생존권과 민주화를 위해 집회하는 것만 보다가 명품 옷 입고 투쟁한다고 하니까 웃기지 않아요?”(pjb2455)
“집회는 아무나 하나? 하려면 정말 죽자 살자 하지. 날씨가 추워서 잠깐 하다가 안 하는 것인지, 시민들이 반응이 시큰둥해서 안 하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네.”(lsk1893) 한나라당이 “사학법 날치기 원천무효”를 외치며 12일 장외투쟁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13일 서울 명동과 서울역에서 의원들과 당직자,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 등 4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거리집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원외투쟁에 들어갔다. 이날 거리집회에서 한나라당은 ‘사학법 날치기 원천무효’ ‘전교조 못 믿겠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지나는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다. 날씨는 무심했다. 12일 서울지역 온도는 영하 10도, 올들어 최저기온이다. 기상청은 한나라당의 장외집회가 예정된 이번주 내내 강추위가 기세를 부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날씨만 차가운 칼바람이 부는 게 아니다. 집회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격려와 독려보다 야유와 조롱, 비난이 쏟아졌다. 칼바람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선 한나라당의 사학법 무효 집회는 왜 썰렁한가. 여론 날씨만큼 싸늘… “사학개혁 공감” 80% 넘어 사학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찬성이 다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폴>이 12일부터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를 잘 말해준다. ‘개방형 이사제'와 ‘이사장의 학교장 취임 금지'를 뼈대로 한 사학법 개정의 국회통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찬성-사학 비리 근절’이라는 응답이 75.3%(1만2332명)로 압도적이다.(14일 오후 현재) 반면 ‘반대-사학 운영의 자율성 침해 ’라는 응답은 24.7%(4044명)에 그쳤다.
사학법에 찬성하는 여론 흐름은 지난해 이른바 ‘4대 입법’(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학법, 언론관계법)을 놓고 정치권이 충돌할 당시부터 이어져 왔다. 사학법 처리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말 한국사회여론연구소(소장 김헌태)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0.6%가 ‘사학비리 견제를 위해 찬성한다’고 응답했으며 30.7%는 ‘재단의 자율성 침해로 반대한다’고 답했다. 당시 4대 입법 가운데 사학법에 대한 국민의 찬성 의견이 가장 높았고, 여당은 이런 탓에 사학법 처리가 가장 쉬울 것으로 봤다. 1년 뒤인 지난 10월초 <국민일보>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이 조사에서 사학법 개정안과 관련해 열린우리당의 개방형 이사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46.8%로 한나라당의 공영이사제(40.7%)보다 높았으며, 개방형 이사제의 부작용에 대해 과반수(51.1%)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 조사에서 ‘사립학교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0% 이상(고교생 학부모 80.6%, 초등 학부모 84.8%, 유치원 이하 학부모 88.9%)이 동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사학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폭넓게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라당은 “우리 나라의 총 2077곳 사학 중에서 비리와 문제가 있는 사학은 35곳”이라며 “이것을 빌미로 전체 사학을 묶어 의도대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학창시절 사립학교 현실을 경험하고, 동시에 학부모라는 점에서 사학의 부정과 비리는 잘 알려져 있는 문제다. 논리나 통계 이전에 국민들이 실제로 경험해 피부에 와닿는 것이라서 사학개혁은 여론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게시판에서 누리꾼 ‘youngkun74’은 “학교운영을 투명하게 하자는 개방형 이사제가 왜 잘못이라는 것인가”라며 “지금까지 사학들이 자신들의 친인척을 이사들에 앉히고 족벌체제로 운영해온 것은 자녀를 둔 국민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엉성한 논리…“전교조의 학교 장악음모”는 헛발질?
전교조 소속 교사 16%, 교총 소속 72% 한나라당의 논리는 색깔론이었다. 한나라당은 ‘전교조’를 집중공격대상으로 삼았다. 한나라는 여당을 겨냥해 “진보교육을 주장해온 전교조를 키우는 사립학교법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색깔론 공세를 폈다. 사학법 통과에 전교조를 들먹이며 색깔을 칠하는 일에는 박근혜 대표가 맨 앞에 서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9일 사학법 개정안 통과 뒤 “사학법은 헌법에 규정된 우리 체제를 뒤흔드는 법안으로, 반미·친북 이념을 주입시키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국가 정체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표는 13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도 “전교조가 욕설로 도배한 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동영상으로 아이들을 세뇌시켜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아이들은 북한의 집체극 `아리랑'을 보면서 환성을 지르고 학교는 이념투쟁, 정치투쟁의 싸움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립학교법 개정 강행에 반발해 이틀째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4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장외집회에 참석,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그러나 ‘사학법이 전교조의 학교장악 음모’라는 한나라당 주장은 논리적 반론에 직면하고 있다. 개정 사학법에서 개방이사는 학교운영위원회가 2배수로 추천해, 이사 정수의 4분1만 선임한다. 현재 전국 초·중·고 학운위 위원 가운데 교원은 35.9%이고, 이 가운데 전교조 소속 교사는 15.5%에 불과하며 교총 회원이 오히려 71.7%에 이른다. 이런 탓에 전교조 교사가 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은 학교별로 한 명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전교조 출신의 교사가 이사로 들어갈 확률은 ‘0'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며 “‘전교조'를 들먹이면서 ‘학교를 정치투쟁의 장으로 사용한다’고 주장해 색깔논쟁으로 몰고가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한나라당이 사학법 무효의 명분으로 전교조를 들먹인 것은 정치공세에 불과한 ‘헛발질’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고진화 “장외투쟁 전략적 오류, 반대 의원 과반 육박”
국회 파행 ‘책임론’도 부담… ‘잘못된 시기, 잘못된 장소, 잘못된 이슈’의 결정판 사학법을 국가 정체성과 색깔론으로 물고 늘어지는 박 대표와 한나라당에 대한 당 안팎의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사립학교법개정과 부패사학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는 14일 성명을 내어 “한나라당은 사학법 어디에 반미가 나오고, 왜 친북하자는 법인지 아무런 설명을 못하고 우격다짐으로 빨갱이 법안이라고 우긴다”며 “자신의 뜻과 다르면 모든 것이 빨갛게 보이는 냉전시대의 색깔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한나라당이 제1야당이라는 것이 슬프다”고 비판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사학법 통과 때부터 여당의 강행처리를 문제삼으면서도 지도부가 국가 정체성 문제로 걸고 넘어지는 것에 대해 “그럴 사안이 아니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고진화 의원은 13일 보도자료를 내어 “사학법 논쟁이 참교육 대신 이념 논쟁으로 변질됐다”며 “`빅딜론'에 이끌려온 사학법이 초래한 국회 파행 복구에 전력을 다해야 할 판에 여야는 구태의연한 이념 논쟁으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고 지도부를 비난했다. 고 의원은 14일에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장외투쟁 반대 의원이 과반에 육박한다”며 “사학법을 이념문제와 결부시킨 것은 어불성설이며 지지층 결집을 위한 장외투쟁 전략은 오류”라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내년 예산안 심의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 한나라당 책임론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장외투쟁 그만하고 민생을 챙겨라”거나 “추운 데서 고생하지 말고 따뜻한 국회로 돌아가라” 등의 주문과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ys53ys’는 “나라 살림에 기초가 되는 예산안 처리도 못 한 채 거리로 나가야 할 만큼 사학재단이 대다수 국민보다 중요한지 묻고 싶다”며 “명분 없는 장외투쟁 그만두고 민생을 먼저 생각하는 정당이 돼라”고 주장했다. 국민운동본부도 “국회의원의 밥값은 거리에서 찌라시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법률을 만들고 예산심의하는 것”이라며 “밥값 하지 않으려거든 당장 세비를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일부 소장개혁파 의원들 사이에 지도부의 장외투쟁을 놓고 ‘잘못된 시기, 잘못된 장소, 잘못된 이슈’의 결정판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은 퇴로가 막힌 한나라당의 상황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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