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늘(7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형사 재판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또 전 전 대통령 쪽은 최근 비판받았던 부인 이순자씨의 “남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 발언에 대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전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선 “북녁 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묻어달라는 게 전 전 대통령의 뜻”이라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 쪽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알츠하이머의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는 없고 진행을 늦출 순 있지만 상태는 계속 나빠지는 것”이라며 “전 전 대통령은 방금 한 일도 기억이 안 되는 상태로 하루에 10번도 넘게 이를 닦고 그런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 불출석 의사를 거듭 밝히며 “거기(법정)에 왜 나가는지를 설명해도 상황 파악을 못하고 정상적인 진술을 할 수 없다”며 “알아들어도 2~3분이 지나면 까먹어서 기억을 못하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회고록을 통해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이날 오후 재판이 예정돼 있다.
민 전 비서관은 최근 이순자씨가 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발언했다가 비판이 쏠린 데 대해 “전후 설명을 다 들으면 왜 그런 말씀을 했는지 이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87년 당시 전 전 대통령이 수용해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가 발표한) 6·29 선언의 8개항에 당시 우리나라 헌정사 40년의 모든 숙제들이 다 포함돼 있다. 그걸 다 선언하고 바로 퇴임한 게 아니라, 쫓겨난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6·29 선언을 하고 나서 다 실천을 하고 나왔다”며 “1948년 수립 뒤 1988년까지 아무도 못한 걸 다 하고 나왔으니까 (이순자씨가) 그런 말씀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 여론이 높은 데 대해서는 “언론이 그런 식으로 유도를 하니까 그런 것”이라며 “당시 디제이(DJ)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고 그러고 와이에스(YS)도 그러고 그 사람들이 다 감동을 하고 감격을 하고 그랬다. 모든 국민이 다 그랬다. 시내 다방에서도 다 기쁜 날이라고 커피도 공짜로 주고 모든 국민이 다 환호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한 것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그 문제는 우리 관심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은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북녁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묻어달라. 거기서 남북 통일이 되는 걸 지켜보겠다’고 회고록에 이미 밝혔다”며 “돌아가시기 전에 통일이 되면 좋겠지만 ‘안 되면 내가 죽어서라도 그걸 지켜보겠다’고 해서 ‘북녁땅이 내려다보이는 전방 고지에 날 묻어달라, 뼈를 묻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국립묘지 안장을 거부하냐’고 묻자 “거부가 아니라 관심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럼 원치 않는 것이냐’는 물음에 “원치 않고 뭐고 간에 그거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