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 핵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 세미나에 자유한국당 당권 유력 주자들이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진태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상수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이 임박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견제를 명분으로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출마 가능성을 내비쳐 2·27 전당대회가 혼전 양상으로 흐를 조짐이 보인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관해 “출마하라, 하지 말라 온갖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당이 2020년 총선을 어떤 프레임에서 치를 것이냐, 결국 당이 미래로 가느냐 과거로 회귀하느냐 문제다. 그 속에서 제 역할이 뭔지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됐다. 내일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되면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 돼야 할 내년 총선이 ‘문재인 대 박근혜’ 구도가 돼 한국당이 불리해질 수 있으니, 자신이 해온 당 쇄신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전당대회 출마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명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중심으로 총선까지 당협위원장 추가 교체 없이 당을 이끌 수 있는 김 비대위원장의 출마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당대회에 나가지 않겠다던 김무성 전 대표도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교안 전 총리가 뛰어들면서 반작용으로 홍준표 전 대표도 나올 것 같고, 김병준 위원장도 고민하는 것 같다. 통합의 전당대회가 돼야 하는데 이전투구로 갈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했다. 출마 의사를 묻자 “위기가 오면 나서야죠”라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준표 전 대표는 오는 30일 출판기념회에서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2월 말께 출판기념회를 열어 전당대회 출마 관련 비전을 밝힐 예정이다.
애초 당권은 ‘황교안 대 오세훈’ 구도가 잠깐 형성됐으나 비박근혜계에서 ‘이대로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출마 가능한 주자가 모두 나선 뒤 단일화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에게 출마를 권유하는 것도 이런 차원인 것으로 알려진다.
현역 의원 가운데 안상수·김진태 의원이 이날 국회에서 먼저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분이 당대표를 맡으면 당은 대선후보들의 각축장이 돼 갈등이 격화된다”며 대선주자들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했다. 반면 김진태 의원은 “나올 사람 다 나와서 통합을 이루는 계기로 만들자”고 말했다.
이경미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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