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 국회 본관 입구에서 조해주 선관위원 후보자 임명강행에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의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여권의 각종 의혹으로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편향’ 논란을 빚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임명한 뒤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25일 청와대의 조해주 위원 임명 강행은 ‘국회 무시와 협치 포기’라며 강력 투쟁을 이어갔다. 자유한국당은 전날부터 국회 일정 전면 거부 및 릴레이 농성에 돌입했고, 이날 오후 바른미래당과 함께 조 위원 등을 인사청문회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장관급 인사를 인사청문회마저 생략하고 임명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야당 무시가 이렇게 심한 것은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조해주 위원 외에도 김태우 수사관(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의혹), 신재민 전 사무관(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외압 의혹), 청와대 행정관과 육군참모총장 관련 군 인사 문란, 손혜원 의원 사건(목포 문화재거리 부동산 집중매입 논란) 등 켜켜이 쌓인 의혹에 정부·여당은 응답하지 않는다”며 “초권력 비리 실체 규명을 위해 규탄대회를 열고 전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 4당은 그동안 제기된 정부·여당 관련 의혹 규명 및 체육계 성폭력 문제 등 현안 점검을 위해 지난 19일 임시국회를 소집했지만, 민주당이 상임위원회 개최에 합의하지 않아 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왼쪽)과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조해주 위원 임명을 강하게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가 독선의 벽을 넘지 못한다. 적폐정부라고 몰아세우던 박근혜 정부까지 넘어섰다”며 “국회와의 상생과 협치를 내던지는 대통령과 청와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특별감찰반 사태에 인사검증 실패까지 이어지면서 무능과 무책임의 대명사가 됐다. 이 사태를 초래한 조국 민정수석의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조해주 위원과 조 위원의 사위(조 위원의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 이력을 인터넷에서 지운 의혹),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 민주당 사무국 직원 1명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고발 대상자들이 문재인 대선캠프 특보 경력을 확인하려는 인사청문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게 주요 이유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에는 동조하지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민생을 방치하면서 1월 임시국회를 외면하는 민주당과 조해주 임명을 이유로 2월 임시국회를 보이콧하는 한국당은 서로 무책임 경쟁을 하고 있다. 양당은 선거제도 개혁 합의를 내팽개치려고 이심전심으로 국회를 벗어나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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