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행’ 유승민 복귀·호남 지역 중진 꿈틀
‘중도개혁’ 정체성 논란 다시 도마에
8일 연찬회 ‘폭풍전야’ 싸인 바른미래
연동형 비례제 난관, 지지율 답보 원인 꼽아
‘중도개혁’ 정체성 논란 다시 도마에
8일 연찬회 ‘폭풍전야’ 싸인 바른미래
연동형 비례제 난관, 지지율 답보 원인 꼽아
2월13일로 창당 1년을 맞는 바른미래당이 ‘야권발 정계개편’의 중심에 섰다. 명절 연휴 직후인 8일 열리는 정당 연찬회엔 그 동안 당 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참석하며 본격 행보에 나선다. 반면 호남 지역 일부 중진들은 민주평화당과 회동하며 ‘중도진보 빅텐트’를 타진하고 있다. 통합 뒤 줄곧 정체성 논란을 빚어온 ‘바른정당’ 출신들과 ‘국민의당’ 출신들이 어떤 행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잠행 거둔 유승민…황교안 ‘빅텐트론’ 맞설까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이후 잠행했던 유승민 전 대표가 올해 들어 시작한 공개 행보에 시선이 모인다. 유 전 대표는 최근 손학규 대표와 만나 당 정체성을 논의했지만 서로 입장 차를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와 창당 당시 합의한 정체성이 ‘개혁보수’였다고 강조하고 있는 반면, 손 대표는 중도 노선에서 개혁보수와 개혁진보를 아우르자는 입장이다.
유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가 바로서야 한다는 신념으로 개혁보수 깃발을 세웠던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은 그대로 남아있다. 바른정당에 주신 사랑에 보답하는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썼다.
바른미래당 내에서는 “유 대표가 연찬회에서 또다시 정체성 메시지를 던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개혁보수’ 입장을 고수해 온 유 대표가 정체성 논란을 계기로 바른미래당을 떠날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한국당의 최근 우경화로 갈 곳을 잃은 유 대표가 본격적인 당 내 활동을 시작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엇갈린다.
이에 “또다시 정체성 갈등을 빚는다면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효과만 가져올 것이고 결국 분열을 낳을 것”이라며 경계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정체성 갈등을 지금까지 정리하지 못한 것이 지지율이 오르지 못한 원인”이라는 반박이 오간다.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은 물론, 같은 출신들 내에서도 각자 셈속에 따라 견해가 분분하다.
■ 바른정당발 연쇄 탈당 흐름은 ‘얼음’
현재 바른정당 출신들의 잇단 탈당은 ‘일단 멈춤’ 상태다.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자유한국당 조직위원장에 공모한 조해진·류성걸 등이 한국당 지역 시·도당에서 입당을 거부당하면서, 한국당 차기 지도부의 손에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월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국당에서는 점점 더 ‘집토끼’를 겨냥한 강성 보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탄핵’을 계기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 출신들이 움직일 공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유력 후보인 황교안 전 총리가 “보수 빅텐트를 세우겠다”고 통합론을 들고 나왔지만, 개혁보수와 극우가 함께할 수 있는 빅텐트가 가능할 지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결과를 본 뒤, 보수 통합의 명분을 찾는 수순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은 “지금으로선 어떻게 움직이기 어렵다. 우리로선 일종의 ‘방학’을 맞은 셈”이라고 말했다.
■ 국민의당-바른정당 계열 결별 수순? 일부의 일탈?
이런 가운데 지난 30일 호남 지역 기반을 둔 옛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민주평화당 인사들과 만나 통합 논의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당이 한차례 발칵 뒤집혔다. 바른정당 계열과의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동철·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민주평화당의 권노갑·정대철 상임고문, 장병완 원내대표와 오찬 모임을 갖고 양당 통합 문제를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수권 대안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이날 저녁 손 대표를 만나 논의를 전달했다. 현재 민주평화당 의원 14명과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 6명을 더하면 20명 이상 교섭단체 성립이 가능하다. 호남 정체성을 앞세워 개혁 노선으로 정계 개편의 중심이 되자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지도부는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은 지금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우리가 중도 개혁 정치세력을 재편하기 위해 뿌리를 내리고 기초를 튼튼히 다질 때”라며 “통합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자칫 잘못하면 도로 국민의당으로 회귀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바른정당 출신 한 의원은 “극히 일부 의원들의 의견인 것으로 안다”면서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의원들이 더 많다”고 전했다.
■ 지지율 답보·연동형 비례제 첩첩산중… 중도의 길 찾기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2월 창당 이후 지금까지 개혁보수 성향의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과, 중도개혁 성향인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등 남북관계에 대해선 극명한 생각 차이를 드러냈다.
당 사활을 걸고 추진한 연동형 비례제는 거대 양당의 보이콧에 막혀 진척을 보지 못했다. 2월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안 처리를 위한 논의에 나서야 하지만, 극한 대치 중인 한국당과 민주당 중 어느 곳과 연대 전선을 형성해야 할 지 난감한 처지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지지율도 답보상태다. 지난해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를 주도하며 반짝 상승했던 지지율은 최근 5~7%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의원은 “유승민 전 대표가 공개 행보에 나섰고, 당 내에선 안철수 의원의 복귀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손 대표가 주도한 연동형 비례제 추진이 대중적으로 별다른 호응을 이끌지 못한 가운데, 대중 지지도를 견인할 주자 부족을 답보 원인으로 꼽는 견해도 있다”고 전했다.
■ 보수 빅텐트, 끌려갈 것인가 주도할 것인가
최근 드러난 ‘통합론’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31일 기독교평화방송(c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궁극적으로 통합을 해야 한다”며 “지금 바른미래당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국민들로부터 그 역할에 대한 가능성에 많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지도부는 일단 ‘자강론’을 강조하며 다독이기에 나섰다. ‘보수 빅텐트’에 맞선 ‘중도 빅텐트’를 세우자는 것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금은 우리가 자강할 때지 그럴 상황이 아니다. 민주평화당과 통합은 당내 바른정당 출신들과 갈등만 더 높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대표는 탈당하지 않을 것”, “호남발 정계개편은 국민에게 얼마나 감동을 줄지 의문”이라며 언론 인터뷰에도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공개 석상에서 “우리 당의 지금 과제는 중도개혁 세력이 다음 총선에서 이겨서 우리나라 정치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라며 바른미래당이 “개혁보수와 합리적 진보, 중도 세력을 다 끌어모아서 정치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힘을 줬다. 정체기에 놓인 바른미래당의 정체성 갈등과 주도권 다툼은 오는 8일 연찬회에서 또다른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이경미 기자 edge@hani.co.kr
지난해 5월 바른미래당 6·13 지방선거 선대위원장 손학규 대표(당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가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는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당시 서울시장 후보, 유승민 당시 공동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해 6월19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야영장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종훈 정치평론가가 배석한 가운데 자유토론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30일 유승민 의원(당시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국회 본회의 법안에 표결하고 있다. 그는 이무렵 자유한국당과의 지방선거 연대를 놓고 박주선 당시 공동대표와 이견을 보였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해 12월21일 바른미래당 전국청년·대학생위원회가 직접 만든 법안을 손학규 대표에게 전달하는 전달식을 열고 있다. 바른미래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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