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운영위원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27 전당대회를 앞둔 자유한국당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표심’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나다순) 등 주요 후보가 ‘박근혜 석방’ 또는 ‘박근혜 극복’을 앞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의 ‘금기어’였던 박 전 대통령 석방 주장을 가장 먼저 공론화한 이는 홍준표 전 대표다. 그는 설 연휴 기간인 3일과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탄핵도 국민들의 뜻이고, 용서도 국민들의 뜻”(4일)이라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면서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의 반감을 산 바 있다. 홍 전 대표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강연재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홍 전 대표는 대선 때 관훈토론회에서도 ‘탄핵 사유가 아니다’ ‘형사재판이 불공정하다’고 줄곧 밝혀왔다. 석방도 그런 일련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황 전 총리도 7일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법에도 눈물이 있다.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법 집행이 필요하다”며 박 전 대통령 석방에 무게를 실었다.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그는 “가슴팍에 박근혜 석자가 새겨져 있다”(오세훈)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친박근혜 쪽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입당 뒤 첫 대구 방문 땐 “(박 전 대통령이) 얼마나 힘드신 분이냐. 나라를 위해 얼마나 헌신해 오셨느냐”고 말했다.
반면, 이날 출마를 선언한 오세훈 전 시장은 “박근혜를 극복해야 보수정치가 부활할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주장했다. 그는 이날 출마선언식에서 “대통령으로서 박근혜는 국민들과 당원들의 바람에 큰 실망을 안겨드린 게 사실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헌법적 가치에 부응하게 사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박근혜 이름 세 글자를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며 “사람 대신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굳건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과 선을 긋고 중도층을 공략하는 ‘개혁보수’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금기시됐던 ‘박근혜 이슈’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되살아나는 것은,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의 ‘표심’이 박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와 최근 잇단 악재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도 ‘동정론’이 힘을 얻기 좋은 여건이라는 평가다. 경북권 한 의원은 “책임당원 33만여명 가운데 대구·경북이 10만명에 육박하고, 부산·울산·경남이 7만여명이다. 영남권 표심이 당내 선거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당대회 후보들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을 비롯한 ‘티케이행’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탄핵당한 박 전 대통령이 다시 자유한국당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것에 대해 당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한탄’도 나온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도로 박근혜’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지 않느냐. 이러면 조만간 탄핵 찬반론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며 “당내에선 먹힐지 몰라도,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고는 총선에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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