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동시처리’ 입장 바꿔
열린우리당이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녹음 테이프인 ‘엑스파일’ 사건과 관련해, ‘특별법-특검법 동시처리’ 방침을 바꿔, 한나라당 등 네 야당이 국회에 제출한 특별검사 법안을 먼저 처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의 핵심 당직자는 15일 “(내용 공개를 뼈대로 한 엑스파일 특별법 처리와 무관하게) 네 야당이 공동으로 제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특검법안을 조만간 수용할 계획”이라며 “특별법이든, 특검법이든 엑스파일의 범법행위에 대한 수사와 내용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 지도부 차원에서 대체적인 의견 조율이 있었다”며 “다음주께 공식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병호 법률담당 원내부대표는 “한나라당이 기존에 제출한 특검법의 내용을 유지한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특검법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네 야당이 낸 특검법도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위법사실의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세균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을 국회에서 빨리 끝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원래 국민을 상대로 선전했던 입장에 변함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네 야당이 제출한 엑스파일 관련 특검법 제2조에는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이라도 위법사실에 대해선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하며, 다른 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서 야당 쪽의 특검법이 여야 합의로 처리될 경우, 민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도청 내용의 공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여당의 특별법은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앞서 나경원 한나라당 공보부대표는 지난 14일 브리핑을 통해 “도청사건의 수사는 특검에 맡기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일은 공소시효가 지났더라도 공개를 하자는 게 지난 8월 한나라당이 제출한 특검법의 내용”이라며 “여기에서 당론 변화가 없으며, 지금이라도 특검법을 처리하자면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사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 의원도 15일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네 야당의 특검법안을 여당이 받으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간담회를 열어 법사위에 계류된 특검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이낙연 원내대표가 전했다. 민주노동당도 14일 특검법을 먼저 처리하자는 의견을 밝혔다. 임석규 황준범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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