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희 의원, 경찰청 자료 공개
인사 검증·복무 점검 경찰에 기대
검증 대상자 보고서 4312건 팩스로
장차관 복무 285건은 인편으로 받아
대통령 행보·부처 분위기 동향 등
국정상황실·민정수석실 각각 통보
‘대통령 프로야구 시구’ 제안하기도
청 “경찰법 등 근거” 해명하지만
정보경찰 활동에 법적 근거 없어
“개혁 하겠다던 대통령 공약 퇴색”
인사 검증·복무 점검 경찰에 기대
검증 대상자 보고서 4312건 팩스로
장차관 복무 285건은 인편으로 받아
대통령 행보·부처 분위기 동향 등
국정상황실·민정수석실 각각 통보
‘대통령 프로야구 시구’ 제안하기도
청 “경찰법 등 근거” 해명하지만
정보경찰 활동에 법적 근거 없어
“개혁 하겠다던 대통령 공약 퇴색”
청와대가 ‘불법 사찰’ 등 정보경찰의 월권 논란에도 고위공직자의 인사 검증과 장차관에 대한 복무점검을 정보경찰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은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의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 제언’ 등 치안정보와 무관한 보고서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정보경찰 개혁은커녕 되레 ‘세평 수집’ 등 정보경찰의 문제적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비에이치가 경찰에 전적으로 의존” 자평
12일 <한겨레>가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경찰청의 ‘정보2과 업무보고’(2018년 7월30일 작성)를 보면, 정보2과장 산하 정보1계의 주요 업무로 ‘인사검증’(복무점검), ‘공공기관 등 복무 참고자료’ 등이 명시돼 있다.
정보2과는 업무보고에서 “국가정보원 국내정보가 폐지돼 경찰청이 사실상 ‘유일한 검증기관’으로 중추적 역할을 하고, 비에이치(BH·청와대)에서도 양적·질적으로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며 사무실 내 별도 공간을 마련해 검증 관련 인력을 증원했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인사검증 대상자 명단을 팩스로 내려보냈고, 이런 방식으로 보고서가 작성될 때까지 총 4312건의 인사검증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정보경찰은 청와대의 평가를 인용해 “비에이치가 직무역량 자료는 경찰청에 전적으로 의존, ‘결격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생생한 사실, 멘트가 다수 담겨 있다’며 신뢰를 표출했다”고 자평했다. 이런 업무보고는 치안정보 등을 담당하는 정보2과가 당시 인사로 바뀐 신임 정보국장에게 보고용으로 업무를 상세히 정리한 것이다.
장차관 등에 대한 복무점검도 정보경찰이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2과는 “청와대로부터 공공기관장·감사 등에 대한 복무점검을 의뢰받아 4차례에 걸쳐 285건을 완료했고, 2018년 상반기 장차관 75명에 대한 복무점검이 하달돼 보고가 완료됐다”고 적었다. 복무점검 결과는 팩스로 전달되는 인사검증과 달리 인편으로 청와대에 보고됐다. 이들은 복무점검 평가 잣대로 △국정철학 이해 및 실천 △직무역량 △대내외 관계 및 활동 △도덕성 및 복무기강 등을 검증한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이던 양홍석 변호사는 “인사검증이라는 명목 아래 정보경찰이 사실상 세평 수집을 하고 다니는 것이다. 고위공직자들이나 고위직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경찰이 보고서를 잘못 쓰면 앞길이 막힌다고 생각해 정보경찰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 청와대가 요구한 ‘원 포인트’ 보고서는?
경찰의 이런 활동은 제대로 된 법적 근거가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대통령 비서실의 조직 구성 및 인적 한계로 경찰청 등 정부기관의 업무협조를 받아 업무평가를 수행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행 경찰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자료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언급한 경찰법(제3조)과 경찰관직무집행법(제2조 제4호)에는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등이 직무의 하나로 규정돼 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8대 대선 당시 “정보경찰이 잘못된 사찰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범죄정보 수집 등 민생치안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정보2과 보고서에는 “(청와대가) 국가정보원 국내정보 중단으로 전반적 정보량이 줄었다며 정보국장에게 해당 수석실 업무와 연관있는 자료를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비에이치에서 챙기거나 조치해야 하는 (내용을) ‘원 포인트’로 짚어주는 보고서를 확대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정보2과는 “청와대의 요청”이라며 청와대 국정상황실에는 “브이아이피(VIP·대통령) 행보, 부처 엇박자 등”을, 민정수석실에는 “부처와 검찰 분위기” 등을 통보했다고 적었다. 구체적인 보고 내역으로 △거제 생가, 양산 사저 조처 필요 사항 △비에이치 초기 행보에 대한 여론 및 제언(여사님 미 순방 교민간담회 장소 적정성 논란, 대통령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 제언 등) △산업부 간부 몸싸움, 부처·검찰 분위기 등 동향 보고를 올렸다는 내용도 나온다. 권은희 의원은 “(현 정부 들어서도) 달라진 바 없다. 정보경찰에게 무엇을 하지 말고 무엇을 하라는 기준은 여전히 없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지 성연철 기자 yj@hani.co.kr
경찰청이 2018년 7월30일에 작성한 ‘정보2과 업무보고’. 경찰의 인사검증이 “우병우 전 수석 체제 하에서 중단됐으나 새 정부 출범과 재개“됐으며, 비에이치(청와대)에서 “신뢰를 표출“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경찰청이 2018년 7월30일에 작성한 ‘정보2과 업무보고’. 복무점검 실무회의에서 “경찰청 보고는 내용이 충실했다”는 청와대의 칭찬이 있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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