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2·27 전당대회 레이스’
황교안, ‘정치 신인’ 내세워 당원 스킨십
오세훈, “박근혜 벗어나지 않으면 총선필패”
김진태, 징계 유예에도 ‘5·18 망언 마케팅’
지지자 간 야유·조롱 던지며 ‘기싸움’ 팽팽
김진태 지지자들, 김병준 등장에 야유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나선 황교안, 오세훈, 김진태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대전/김경호 선임기자jijae@hani.co.kr
오는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오세훈 전 서울시장·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4일 첫 합동 연설회 무대에 올라 자신을 ‘2020년 총선을 이끌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오후 2시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충청·호남권 합동 토론회’에는 충청·호남권 한국당 당원 2000여명이 참석해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 김 의원 등의 이름이 적힌 손팻말과 막대풍선을 흔들며 환호했다. 전당대회 선거기간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합동 연설회엔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정희·윤재옥·윤영석·김순례·조대원·김광림·조경태·정미경 후보, 청년 최고위원 후보인 신보라·김준교·이근열·박진호 후보 등도 함께 했다.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모독’ 사태의 주역이기도 한 김진태 의원은 당 대표 후보 중 가장 먼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이날 오전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 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을 스스로 언급하며 “(당에서) 전당대회 나오지 말고 돌아가라고 할까 봐 가슴이 다 벌렁벌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됐다. 완주 가지고 만족할 때가 아니다. 당 대표가 되지 않으면 당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한 발언들이 쏟아졌던 문제의 공청회의 공동 주최자이자, “5·18 문제는 우리 우파가 물러서선 안된다”는 영상메시지를 낸 당사자다. 김 의원의 열성 지지자들은 이날 오전 김 의원에 대한 당의 징계 유예 처분을 두고 “김진태 의원을 건드리면 자유한국당은 해체된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며 반발했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오 전 시장은 큰 절을 올리며 연설의 문을 열었다. 그는 “다른 두 후보는 훌륭하지만 (내년) 수도권(총선)에서는 필패할 것”이라며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중도층과 부동층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설 도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 “내년 선거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화두가 된다면 우리는 필패”라고 말하자, 객석에선 욕설과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추첨 순서에 따라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황 전 총리는 흰 셔츠를 입고 팔을 걷어붙이며 ‘정치 신인’의 역동적 모습을 강조하려는 듯 했다. 그는 “현 정부가 자신만 옳다는 오만과 독선으로 법원의 판결까지 겁박하고, 철 지난 좌파 이념으로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까지 흔들고 있다”며 “국민의 마지막 희망은 한국당”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전부터 당원들에게 가깝게 다가가 인사한 그는, 행사가 모두 마친 뒤에도 가장 늦게까지 현장에 남아 당원들과의 ‘스킨십’을 이어갔다.
이날 합동연설회로 ‘전당대회 레이스’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지만 ‘징계 유예’ 처분을 받은 일부 후보자들이 사과와 반성보단 ‘노이즈 마케팅’을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각 후보들의 지지자들은 경쟁 후보의 연설 때 야유를 보내는가 하면, 지지자들 간 서로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등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후보 소견 발표 전 무대 위에 오른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지율이 조금 오르고 해이해지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오늘을 계기로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며 ‘5·18 망언’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후보들이 미래로 가는 길을 열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은 김 후보를 당 윤리위에 제소한 김 비대위원장을 향해 야유를 퍼붓는 모습도 보였다.
대전/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