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에서 열린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여성단체 간담회에서 심 위원장이 여성단체대표들로부터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를 위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여성 1,000인 선언’을 전달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에 이어 2월 국회 일정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표류하는 데 대해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비상한 결단을 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 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정개특위 위원장-여성단체 대표자 간담회’에서 “요새 제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며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국회는 2019년을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고, 민생·사법개혁·선거제도 개혁 등이 다 멈춰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심 위원장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함께 미국 방문했던 여야 지도자들이 들어왔으니 이번 주 중에 국회 정상화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혁 논의방안이 제출돼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표류하는 상황에서 각 당이 어떤 개혁을 이뤄낼지 각 당의 의지가 실린 입장을 내어줄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주에 국민이 납득할만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여전히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외면하는 데 대해 정치권이 비상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새 지도부를 뽑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이후 선거제도 개혁 논의 전망에 대해서도 심 위원장은 “암담하다”고 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제가 아무리 귀를 기울여봐도 한국당 당권주자들에게서 선거제도 개혁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선거제도 개혁이 가능할지 심각한 회의가 드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에는 선거제도는 룰이니까 이 경기에 참여하는 모든 당의 합의로 제도를 만들었지만, 합의라는 원칙을 악용해서 끝내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당이 함께 참여해서 합의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게 가능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결단이 필요하지 않냐는 시민사회에서의 여러 목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에서는 민주당과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선거제도 개혁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 위원장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촛불이 개혁하라고 만들어준 정부인만큼 자잘한 유불리 문제, 제도 설계 문제에 집착할 게 아니라 과감하게 촛불이 염원하는 (정치개혁) 숙제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야 3당에 대해서도 “이번 주 내에 (선거제도 개혁 관련) 방향을 논의해달라고 주문해놨다”고 했다.
여성단체 대표들은 연동형 비례제 도입과 이를 위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의원정수 확대를 강조했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민의가 대표되지 않는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제로 바꾸는 것이 정치개혁이고, 이를 바라는 여성시민 1755명의 요구를 1주일 동안 서명받았다”며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를 위해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하는 여성 1000인 선언'을 심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백 대표는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반으로 줄이고 그 대신에 의원정수를 확대하고 국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연동형 비례제를 반드시 도입해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양금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은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1명이 17만명의 국민을 대표하는데 세계 각국과 견줘볼 때 17만명은 많다”며 “의원수를 늘려야 하고 국회의원 급여와 특권 등을 줄인다면 의원 수를 늘린다고 해서 국민 부담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 회장은 이어 “국회의원 남녀 동수를 적극적으로 주장한다”며 “전국 각 지역별로 여성 대표성 확대를 위한 플래시몹 등 거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민주화를 이뤘다면, 앞으로 30년 새로운 민주주의는 새로운 선거제도와 정치제도가 필요한데 그게 연동형 비례제라고 생각한다”며 “그만큼 절박하고도 중요한 의제인데도 정치권은 이를 간과하고 당리당략적으로 행동하는 게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하는 게 지금 이 시점에서 고민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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