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19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5개 정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공동취재사진
문희상 국회의장은 19일 “국회가 이러니까 5·18 (망언 같은) 일이 생기는 것”이라며 공전 중인 국회 상황을 강력히 성토했다. 이날 문 의장 주재로 5당 원내대표 회동이 열렸으나, 국회 정상화 방안 합의에 또다시 실패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와 만나 2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은 1시간가량 비공개로 열렸으나 손혜원 무소속 의원 국정조사 등 국회 정상화의 ‘전제’를 놓고 의견이 대립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자 문 의장은 “국회가 뭐 하나 하는 게 있나. 사법개혁이 됐나, 국가기관 개혁이 됐나”라며 원내대표들을 질타했다고 한다. 또 그는 “원내대표들이 국민 위에 있는 줄 아나” “이게 국회냐.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해 국회 앞으로 몰려올까봐 두렵다”며 경고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 의장의 고성은 회의장 밖까지 울려퍼졌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이) ‘5·18 망언’ 소동이 벌어진 것이 국회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라며 “민생 법안이나 각종 개혁 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며, 만약 2월 국회가 안 된다고 하면 최소 3월 국회의 구체적인 일정이라도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20대 국회가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연말까지 불과 10개월 남짓”이라며 “국회가 민생입법, 개혁입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금처럼 지리멸렬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의장은 “어느날 국민의 촛불이 쓰나미처럼 국회를 향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회는 지금 당장, 무조건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여야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 등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송언석·장제원 의원 등을 포함한 국회의원 전반에 대한 이해충돌 문제를 같이 다뤄야 한다고 맞선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열어 선거제 개혁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까지 국회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올해 들어 국회 본회의가 한번도 열리지 못하면서 비쟁점 민생 법안 처리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재개를 위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불법 촬영물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양진호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택시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