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마지막 비대위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5일 고별 기자회견에 나선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한국당이 과거에 보였던 극단적인 우경화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 시대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는 27일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선출되면 비대위원장 임기를 마무리짓는다.
25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는 “새 지도부가 들어와도, 외부 압력에 의해서든 국민의 기대에 의해서든 한국당은 변화를 계속해 갈 것” “한번씩 굽이치더라도 물이 아래로 흐르듯 흘러갈 수 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당이 오늘 아침에도 역행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는데, 잠시 뒤로 가거나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일시적 굴곡은 있어도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원들이 굉장한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탄핵’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선 “마음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그는 “한때 탄핵 밤샘 토론까지 생각했지만, 상처가 덜 아문 상태에서 상처를 깊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며 “밖에서 먼저 학자들과 언론인이 평가를 해 주시고, 그게 서서히 당 안으로 들어와 화두가 되는 것이 순서상 맞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태극기 부대가 세를 과시하며 자신들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게 야유·욕설을 퍼부어 전당대회 우경화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이 당이 그런 정도 목소리에 묻힐 당이 아니라는 것이 7개월 간의 경험”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 이야기는 나올 수 있지만, 야유와 욕설 그런 게 이 당의 주류가 될 수 없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또 “탄핵 문제는 그 자체가 당을 분열시킬 정도로 강하게 대립되지 않는다”면서 “한국당은 변하고 있다. 인내를 갖고 생각을 다듬어 가도록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취임 뒤 7개월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을 이끌면서 “새로운 가치 정당의 모습, 당 시스템 혁신, 인적 쇄신을 나름대로 시도했다”고 스스로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거대정당이다 보니 완벽하게 하지는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민이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세상이 바뀌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기 위해서라도 뭐든 할 것”이라며 “당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향후 총선 및 대선에서의 정치적 복귀 가능성도 열어놨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의 참패 뒤 홍준표 전 대표 체제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 비대위원장은 품격 있는 담론 정치를 제시하며 안정감 있는 보수 정당으로써 한국당의 면모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인적 쇄신 과정에서 잡음과 당 내 혼란을 빚었고, 최근 민주화 운동 5·18 모독 발언 및 전당대회 태극기 부대 장악 등 잇딴 우경화 현상을 둘러싸고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다. 이날 그는 ‘5·18 망언을 둘러싼 지도부 대응이 늦었다’는 기자의 지적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일요일에 바로 입장문을 냈다”면서 “그러나 제가 바로 결단을 내리기보다는, 절차를 존중해 더디더라도 윤리위를 거쳐 절차를 밟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막말 정치 이미지를 벗고, 계파에서 자유로워 일부 쇄신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김 위원장의 공이 분명하다”면서 “다만 막판 전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지 못한 비대위의 한계에 부닥쳤다”고 평가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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