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들의 ‘20대 남성 비하’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자 25일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에 발언 당사자인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곧바로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개 반발했다. 여당이 20대 남성 지지율의 부진을 두고 최근 고심해왔지만, 제대로 된 접근과 분석 없이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20대 청년에 대한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과 함께 머리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지금 20대는 구조화된 불평등, 미래의 불확실성에 짓눌려 있다”며 “20대가 직면한 현실에 공감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설훈 최고위원이 지난 22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20대 지지율 이탈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교육 탓’이라는 취지로 말하고, 홍 수석대변인도 지난 15일 토론회에서 20대의 보수화를 거론하며 이전 정권의 ‘반공 교육’이 문제라고 한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해당 의원들의 발언이 20대 여성보다는 20대 남성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 뒤 젊은 남성들이 모인 사이트 등에서 반발이 터져나왔고, 의원실에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홍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가 내 발언의 취지를 모르고 한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 아래 남북한의 대결 의식과 반북 이데올로기 강화가 당시 교육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제 발언의 골자”라며 “일부 언론과 야당의 정치 공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 내부 혼선과 공방은 진보 성향으로 여겨지던 20대 남성의 이탈이 “심상치 않다”는 당내 위기감이 확산된 가운데 터져나와 불씨가 더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0대 지지율 하락이 감지되면서 제대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왔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접근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 의원은 “‘미투’ 운동 등 여성 이슈의 경우 여성계 출신 의원들 중심으로 기조를 잡고 움직였지만 ‘20대 남성’은 또 새로운 주제”라며 당황스러워했다.
당내에서는 ‘교육 탓’ 등으로 돌려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기보다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50대 의원은 “20대가 50대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고 다른 생각을 한다는 걸 인정해야지 ‘그게 잘못된 것’이라는 식으로 가면 꼰대 소리밖에 못 듣는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 결과에서 이번 정권 때도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양태를 보인 점 등 청년 세대가 허탈해하는 문제에 대해 여당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당 내부에서 나온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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