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새 대표가 27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장에서 당기를 들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고양/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보수진영의 유력 주자로 꼽혀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당대표로 당선됐다. 자유한국당 입당 43일 만에 2년 임기의 당대표로 선출된 그는 위기에 놓인 보수정당 재건의 임무를 맡게 됐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인 그가 ‘5·18 망언’ ‘탄핵 불복’ 등 퇴행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을 쇄신하고 ‘박근혜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을지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황 신임 대표는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치러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합산 결과, 6만8713표(50.0%)를 얻어 2위 오세훈 후보(4만2653표, 31.1%)와 3위 김진태 후보(2만5924표, 18.9%)를 큰 표 차이로 따돌렸다. 이로써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뒤 홍준표 대표가 사퇴하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지 7개월 만에 정식 지도부를 출범시키게 됐다.
그는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 “내년 총선 압승과 2022년 대선 승리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정책정당·민생정당·미래정당으로 한국당을 담대하게 바꿔나가겠다”며 “혁신의 깃발을 더욱 높이 올리고, 자유 우파의 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조경태·정미경·김순례·김광림 최고위원(이상 득표순)과 신보라 청년최고위원을 선출했다.
‘정치 신인’ 황 대표가 입당한 지 불과 43일 만에 ‘당권’을 차지한 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대선 패배, 지방선거 참패에도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지 못한 자유한국당의 ‘갈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등 국정운영 경험이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마음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간에, 의원들은 당내 갈등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며 “당 밖 인물이면서도 안정적 이미지를 가진 점”을 당선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그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자유한국당 지지층 사이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황교안 대세론’을 유지했다.
황 대표는 당대표 선출 일성으로 ‘강력한 대여 투쟁’을 공언했고, 전당대회 기간 내내 ‘신적폐 저지 특별위원회 설치’ 등 현 정부와 강력한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선명한 제1야당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 이력이 사실상 전무한 그가 당내 계파갈등을 봉합하고, 보수 통합 논의를 진전시켜 총선을 진두지휘할 수 있을지엔 우려가 나온다. 우경화 논란을 극복하고 ‘도로 탄핵당’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도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황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기간 이른바 ‘태극기부대’에 편승하는 발언을 하며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그는 “탄핵이 타당했던 것인지 동의할 수 없다”며 탄핵 불복 논란을 일으켰고, 국정농단 수사의 단초가 된 ‘최순실 태블릿피시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그가 극복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황 대표는 이날 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최종 득표에서 1위를 했지만,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선 37.7%로 50.2%를 얻은 오세훈 후보에게 밀렸다.
‘황교안 리더십’의 첫 시험대는 5·18 모독 발언으로 당 윤리위에 회부된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안 처리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지금까지 이렇다 할 정치력 검증 무대에 오른 적이 없는데다, 전당대회도 기대감으로 쉽게 당선됐다”며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짚었다. 정유경 이경미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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