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사무총장에 친박근혜계 중진 한선교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에는 국무총리 시절 함께 일했던 추경호 의원을 임명했다. 주요 당직에 친박 의원들을 포진시켜, 통합·탕평보다는 ‘친정 체제’ 구축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선교 신임 사무총장은 4선 의원(용인시병)으로 ‘원조 친박’으로 분류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였던 17대 국회에서 당 대변인을 맡았다.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박 전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와 친분이 있던 한 의원은 2014년 '청와대 십상시’ 문건 파동으로 정윤회씨와 박지만씨 갈등이 불거지면서 친박 주류 의원들과는 거리를 뒀다. 보통 3선 의원이 맡는 사무총장을 4선 의원이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3선 이상 중진 가운데 복당파나 친박 색채가 강한 이들을 제외하다 보니 한 의원을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한 의원은 “친박이지만 비교적 색깔이 강하지 않다. 복당파를 앉히면 시끄럽고, 영남권 의원을 임명하면 복당파가 세게 반발했을 것이다. 적재적소라기보다는 무난한 인선”이라고 말했다.
사무총장 다음으로 중요한 권한을 가진 전략기획부총장(제1사무부총장)에는 초선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이 발탁됐다. 추 의원은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경제 관료 출신으로, 황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하며 함께 호흡을 맞춘 최측근이다. 추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시 논란이 된 ‘진박(진실한 친박) 공천’에 포함된 친박 인사이기도 하다. 황 대표가 당협위원장 감사를 포함해 총선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에 모두 친박계 인사를 임명하면서, 계파 안배를 해왔던 관행도 거슬렀다. 이를 두고 “내년 총선 비박계 공천 줄탈락 예고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비서실장은 친박계 재선 이헌승 의원(부산 부산진을)이, 대변인은 초선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전희경 의원(비례대표)이 임명됐다. <한국방송> 아나운서 출신인 민경욱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황 대표는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으로 김세연 의원(3선·부산 금정)을 내정했다. 이 외에도 대외협력위원장에 이은재 의원(재선·강남병), 재외동포위원장에 강석호 의원(3선·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이진복 의원(3선·부산 동래) 등 복당파를 임명했지만, 김세연 의원 외에는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심 당직은 아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김세연 의원 임명 하나로 탕평 인사를 했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 사실은 친박당으로 돌아간 것이다. 숨죽이던 친박 의원들이 황교안 대표를 옹립하고 그를 둘러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경미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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