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석방된 가운데 나온 사면론은 박 전 대통령에 동정적인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교안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박 전 대통령이 오래 구속되어 있고 건강도 나쁘다는 말도 있다”며 “구속되어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여러 의견들이 감안된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완곡한 표현이지만, 사면에 대한 긍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케이비에스>(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정치적으로 사면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에 국민들께서 많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사면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드리지는 않겠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때가 곧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적으로 박 전 대통령이 출소할 수 있는 길은 넓지 않다.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미결수’, 즉 형이 확정되지 않은 구속 상태에서 법원의 보석 허가를 받아 ‘임시 석방’된 것이다. 법원은 보증금 10억원과 주거·외출 제한 등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보석을 허가했고, 재구속 가능성도 열려 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총선 불법개입 혐의 재판에서 이미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 외에 국정농단 관련 사건 재판, 국정원 특별활동비 상납 사건 관련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 전 대통령처럼 선고받지 않은 재판에서 보석 허가가 나와 석방된다고 해도, 선고받은 불법개입 혐의 재판의 실형을 살기 위해 구치소로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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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재 거론되는 정치적 ‘사면’ 조치는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총선 불법개입 혐의 재판 외에도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특별사면 대상에 오를 수 없다.
각각 검사, 판사 출신인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이런 사실을 몰라서 ‘사면’을 언급했다기보다는, 박근혜 지지층을 향한 ‘러브콜’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배박’, 즉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범 친박(근혜)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비박(근혜)계 상대 후보와 겨룬 경선에서 당선됐다. 앞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대거 입당한 ‘태극기 세력’이 세를 과시하면서 과격한 주장을 펼치는 등 ‘퇴행’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불거진 ‘박근혜 사면론’에 대해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황교안 대표 체제의 자유한국당이 슬슬 친박 본색을 드러냈다”며 “사면 타령을 하는 것은 친박 정서를 바닥까지 긁어모아서 세를 불려보겠다는 얄팍한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면은 형이 확정된 자에게나 해당되는 것이기에 재판이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을 율사 출신인 두 사람이 모를 리 없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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