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왼쪽 세번째)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을 주장하며 야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하자, 야권이 반발하고 있다. 공수처 등을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 검경소위 위원장인 오신환 의원도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며 조 수석을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수석이 그제 유시민 전 장관이 진행한 유튜브 ‘알릴레오’에 나와 국회의원을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반발이 있으니 다시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도 포함하게 해달라고 했다. 대통령 비서가 국회에 공수처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국회의원을 놀리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게 할 일인가”라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이어 “비서는 조용히 비밀리에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다. 측근 실세들이 자기 분수를 모르고 오만하고 방자하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지난달 22일 국민청원 답변에서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 제외를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야당이 (그런) 흥정에 응하지 않겠냐는 뜻인데, 국회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 수석은 지난 9일 ‘알릴레오’ 방송에 출연해 “야당이 ‘국회의원 포함이 옳다’고 반발해 참 다행이다. 정부 입장에 변화가 없으니 야당이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해달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날 방송에서 공수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는 이유로 “공수처는 촛불 혁명의 요구인데 현 국회는 촛불 혁명 이전에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조국 수석이 (마치) 적폐국회라 통과가 안 됐다고 한다. 조국 수석은 제2의 우병우가 돼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조 수석은 촛불 혁명의 주체가 아니라 촛불 혁명 대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하 최고위원은 “조 수석 임명 뒤 블랙리스트가 등장했고 민간인 사찰 의혹이 생겼다. 낙하산 인사들에게 면접 질문을 사전 유출했다는 권력형 채용비리 사건도 터졌다”며 “한번 촛불을 들었다고 해서 영원히 촛불이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적폐가 되고, 조국이 ‘조병우’가 되는 것이다. 조 수석은 국회를 탓하기 전에 본인이 더는 개혁의 대변자가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반성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수처 도입을 논의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 검경소위 위원장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조 수석의 ‘가벼운 입’을 질타했다. 오 의원은 “공수처 등 검찰개혁 법안은 이미 정부 입장이라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검경소위에서 7차에 걸쳐 심도있게 논의 중이다. 조국 수석이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면 검경소위에 의자 하나 놔드릴테니 국회에 출석해 말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분이 인터넷을 활용해 여론모리에 나서 야당을 자극하고 국회를 농락하는 모습이 오히려 검찰개혁을 방해하려는 뜻 아닌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조국 수석은 나설 때,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제발 구분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양수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지난 9일 조 수석의 발언에 논평을 내어 “조국 수석의 발언에 진정성이 단 1%도 느껴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 지키기를 자처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마치 법무부 장관처럼 말하는 모양새도 볼썽사납다”며 “청와대 블랙리스트 실행 의혹, 정권 실세 비위 무마 등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자청해 받은 뒤 공수처에 대한 말을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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