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개혁에 대한 공청회가 지난해 1월 31일 국회 정보위원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법 제도까지 개혁하지 않으면, 당겨진 고무줄이 도로 되돌아가버리는 그런 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참으로 두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이 선거제도 개혁안과 함께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에 올리려고 검토하는 법안에 국정원법 개정안은 없다. ‘정치 개입’ 차단 등을 뼈대로 한 국정원 개혁이 ‘불가역적 제도’로 정착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제안한 ‘패스트트랙 3종 법안’은 선거제도 개혁안과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국정원법 개정안이 제외된 이유에 대해 “바른미래당에서 난색을 보인다. (법안이 통과하더라도 시행시기를) 3년 유예하는 안도 다른 당에서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다고 하니까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내용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대하면 다른 방법으로 통과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정치권에선 지지부진한 국정원 개혁을 두고 참여정부 때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말이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을 위해 국정원장 독대 보고를 없애고, 정치권 동향 보고를 받는 것도 중단했다. 2006년 3월23일 노 대통령은 “지금처럼 가면, 제도적으로 크게 개혁하지 않아도 국정원은 민주적인 기관이 된다”고 했다. 제도 개혁보다는 ‘운영 방식’ 개선에 방점을 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국정원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하고, 정치인을 포함한 민간인 사찰에 나섰다. 국정원 개혁 발전위원회 위원이었던 이석범 변호사는 “참여정부에서도 대공수사권 남용 여지가 없다고 했지만, 이후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이 발생하고, 국내정보를 수집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민간인 사찰 등의 폐해가 나타났다.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도적인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월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국가정보원을 ‘안보정보원’으로 바꾸고, 국내정보 수집 금지,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등을 뼈대로 하는 국정원법 전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국정원 개혁 발전위원장을 지낸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은 “국정원 개혁은 오래된 요구인 만큼 법적으로 과거로 되돌아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지금이 지나면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사람이 요구해 개혁이 진행됐는데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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