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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좌파독재정권” “좌파장기집권”…‘이념 전쟁’ 기세 올리는 한국당

등록 2019-03-18 16:29수정 2019-03-18 21:03

정치BAR_정유경의 오도가도_색깔론 앞세운 한국당, 왜?

황교안·나경원, 연일 ‘좌파독재’ 맹공
선거제 개혁 고립되자 돌파전략 풀이
북-미 결렬 등 ‘반사이익’에 자신감 회복
당내선 “안티 전략으로는 한계” 우려도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패스트트랙은 좌파독재정권 수명연장을 위한 입법 쿠데타라고 생각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제 개편은) 정의당을 교섭단체 만들어준다…한국이 좌경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18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는 여야 4당이 전날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 성토로 가득찼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면서 자유한국당 ‘투톱’이 입에 올리는 단어는 “좌파독재”, “애국 우파 탄압”, “좌파장기집권 플랜” 등 ‘색깔’을 덧칠한 표현들이다.

지난 2·27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타난 자유한국당의 ‘이념 갈라치기’ 행보는 지난 12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기점으로 기세를 올리는 중이다. 당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고 표현했고, “반미” “운동권” “종북” “좌파” 등의 단어를 두루 써가며 맹폭에 나섰다. 청년실업, 에너지 정책과 환경문제 등 심각한 우리 사회 현안마저도 ‘좌파’ 공세로 건너뛴 셈이다. 지난 14일에는 국가보훈처의 독립운동 서훈 재심사를 두고 보훈처가 사회주의자에 서훈을 주려고 한다며, “해방 후 반민특위로 인해 국민이 무척 분열했다”고 말해 논란을 촉발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앞줄 맨오른쪽)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앞줄 가운데)가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앞줄 맨오른쪽)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앞줄 가운데)가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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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독재” “촛불혁명, 좌파혁명”…돌아온 색깔론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잇딴 자극적 발언은 여야 4당의 선거제 패스트트랙으로 인해 고립 처지에 놓인 현 자유한국당의 ‘돌파 전략’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선거제 개혁 단일화 논의에서 이탈한 자유한국당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위시해 연일 “좌파 독재” 강성 발언을 이어가는 것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 15일 여야 4당의 패스트랙 논의 대응을 위해 모인 한국당 비상의원총회에선 “조선 공산당 활동” “사회주의에 대한 체제 부정 면죄부” “이념 독재, 좌파 독재” (나경원 원내대표) “촛불 혁명, 좌파 혁명을 하고 있다. 지주와 자본가, 유산계급에 대한 전쟁” “연방제 통일로 가기 위한 수순”(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이념적’ 용어들이 쏟아졌다. 익숙한 ‘종북 프레임’을 소환해 지지층을 집결시키는 한편, 상대를 자극함으로서 ‘혐오 프레임’의 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반민특위’ 비하 발언 다음날 나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친여 매체가 우리 당에 대한 총 공격을 시작했다”고 선언한 것도 갈라치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나 원내대표는 “(여야가) 프레임 전쟁을 하고 있다. 안타깝다”고도 했다. ‘색깔론’ 공격을 통해 상대를 이념으로 옭아매고 지지층 결속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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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회담 결렬 등 정세 활용한 몰아치기…“자신감 회복”

정책보다 이념으로 갈라치는 ‘프레임’ 전략은 선거를 앞두고 특히 힘을 얻는다. 특히 ‘반공’을 국시로 삼아 온 우리 사회에서 ‘종북 프레임’은 전가의 보도였다. 선거를 앞두고 분 ‘총풍’ ‘북풍’은 보수 정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주사파” “북한을 살려주려 한다” “위장평화쇼” 등을 언급하며 지지층 집결을 노렸다. 그러나 당시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인한 화해무드가 이어진 상황에서 “또 종북이냐” “냉전주의적 사고에 갇혀있다”는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다.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꼽히며 홍 전 대표는 물러나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철 지난 색깔론’으로 치부됐던 홍 전 대표 때와 지금 상황은 또 다르다. 대외적으로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명운이 걸린 총선은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고, 차기 공천을 결정지을 ‘황교안 체제’도 출범했다. 자유한국당만 ‘선거의 룰’을 바꾸는 선거제 개편안 논의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에서 소속 의원 개개인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던 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더욱 강경한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15일 비상의총에서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왜 (검경수사권, 공수처법과) 묶어서 패스트트랙에 올리려 하느냐.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든 지역적으로는 TK(대구·경북), 정치지형으로 극우로 몰아 좌파 영구 집권하겠다는 전략적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최근 당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놓고 지지층에서 ‘속이 시원했다’ 반응이 돌아오면서 의원들이 자신감을 회복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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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선 “‘종북 프레임’으론 총선 어려워” 우려도

하지만 당 내에선 이런 강경 보수 목소리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의 강성 발언 등으로 인해 단기적 상황 돌파엔 효과를 거뒀지만, 장기전에는 국민이 공감할 만한 새로운 화두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티’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까지는 반사이익으로 지지율이 회복된 면이 있지만, 이제 대안정당으로 한국당에 눈을 돌리고 있는 국민들에게 ‘너희들은 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당 내 일부 의원들의 5·18 망언, 태극기 부대가 휩쓴 전당대회 등으로 인해 ‘역풍’을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인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또다른 재선 의원은 “당이 벌써부터 총선 모드로 접어들었다”며 “지도부의 잇딴 자극적 발언이 의원들 간 경쟁적 상승 효과를 일으켜, 자칫 5·18 때처럼 선을 넘으면 중도층에서 점수를 까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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