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 2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공수’가 뒤바뀐 듯한 상황이 자주 펼쳐졌다. 야당 의원의 질타에 “알겠다” “유념하겠다”며 자세를 낮추는 다른 후보자들과 달리, 박 후보자는 적극적인 반론을 펼치며 물러서지 않았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박 후보자가 전통시장에서 사용한 금액이 적다고 꼬집자, 박 후보자는 “콩나물 2000원 사면서 콩나물 파는 할머니한테 ‘할머니, 저 현금영수증 끊어주세요’ 이렇게 하기는 힘들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윤 의원이 “현금을 얼마나 썼는지, 온누리상품권을 얼마나 썼는지 자료를 주면 된다”고 거듭 몰아세웠지만, 박 후보자는 “현금 자료를 그렇게 콩나물 할머니한테 2000원 (지불)한 것을 다 더할까요?”라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특혜 진료’ 의혹을 제기하며 유방암 수술 관련 자료를 서면으로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박 후보자는 “여성에 대한 섹슈얼 허래스먼트(성희롱)”라고 역공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서로가 서로에게 존중해주는 것”이라는 ‘충고’까지 덧붙였다. 이런 박 후보자의 반응에 이철규 한국당 의원은 “마치 우리 동료 위원의 질의가 동물적 수준, 소위 말해서 해서는 안 될 반인륜적인 (것처럼 표현했다)”며 속기록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아들이 연간 학비가 3000만원이 넘는 외국인학교를 다녔다고 하는데 일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김기선 한국당 의원의 추궁에는 “집의 모든 짐을 다 뒤져서 찾았는데, 여기 보면 우리 아이가 ‘토끼반’에 다녔다는 증명이 있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제가 거짓말했다고 하는데, 저를 비판하는 건 좋지만 단정적으로 그렇게 말하는 건 섭섭하다”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청문위원들은 이날 저녁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과거 청문회에서 자료 제출을 안 한다고 닦달하며 공격수로 날고뛰던 박 후보자가 오늘은 안하무인 수비수로 일관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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