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1년 앞두고 ‘보수 개편’ 논의가 고개를 들면서 바른미래당이 뒤숭숭하다. 4·3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이 비등한 가운데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을 둘러싼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당 내부의 ‘원심력’도 커지는 형국이다.
이준석·하태경·권은희 등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의 ‘당무 보이콧’은 10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불참 사태를 언급한 뒤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손 대표는 “당을 걱정해 하시는 말씀을 이해한다. 저나 지지자들이 과민하게 반응한 것도 송구하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하지만 “선거에서 졌지만 바른미래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아주 크다. 최고위원 한분 한분을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겠다”며 자신을 향한 거취 정리 요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전날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변화와 혁신 의지가 없는 한국당에 가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선 “시의적절하고 바른미래당에 도움이 되는 말씀에 감사드린다”며 “우리 당의 큰 자산”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한국당과 합당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하지만 손 대표의 바람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손 대표를 향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연상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당내에선 손 대표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집단 사퇴해 지도부 와해를 꾀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일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도 ‘손학규 체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탈당·분당 등 ‘바른미래당발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바른미래당의 내분을 두고선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해 양대 세력의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제3당’ 깃발을 내걸고 총선을 치러본 국민의당 출신과 지난 총선을 ‘제1당’인 새누리당 간판으로 치른 바른정당 출신 의원 사이에 인식 차가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출신의 고위 당직자는 “역대 총선에서 분출된 ‘제3세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요구를 믿고 당을 정비해 선거를 준비하면 살길이 열릴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기호 3번 달고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바른정당 출신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