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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이정미 ‘낙태죄 폐지’ 법안 발의…헌재 결정 후 국회 첫 개정안

등록 2019-04-15 12:16수정 2020-11-16 15:44

형법, 낙태죄 폐지…임신부·의료진 처벌조항 삭제
모자보건법, 22주까지 경제·사회 사유 등 임신중절 가능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낙태죄 폐지’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낙태죄 폐지’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나흘만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낙태죄를 폐지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현행법의 낙태죄 처벌 조항은 2020년 12월31일까지 개정돼야해서 공이 국회로 넘어온 상황인 가운데, 관련 법률 개정안이 처음 발의된 것이다.

이정미 의원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전향적으로 확대하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한다”며 “국회는 헌재 결정의 취지와 시대 변화에 부응하여,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입법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이번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는 헌재 판결문의 핵심취지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우선 현행 형법 27장에 규정된 ‘낙태의 죄’를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개정하는 방식으로 낙태죄를 폐지한다. ‘낙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이 의원은 “‘태아를 떨어뜨리다’라는 의미를 갖는 낙태라는 단어는 이미 가치판단이 전제된 용어로서 더이상 우리사회에 존재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개정안은 현행 형법에 임신부 자신의 ‘자기 낙태죄’와 의료진의 ‘동의 낙태죄’ 규정을 삭제했다. 지금은 임신부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임신중절수술을 하면 임신부와 한 의료진 모두 처벌 대상이인데, 임신중절을 선택한 임신부도, 시술한 의료진도 더이상 처벌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또 이 의원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보면, 낙태허용 기준을 임신 14주까지는 임신부의 요청만으로 다른 조건없이 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14주에서 22주 사이에는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인척 간에 임신한 경우 등 현행법의 임신중절 허용 사유에 더해 임신 유지나 출산 후 양육이 어려운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했다. 이 의원은 “헌재 결정의 취지대로 임신 중기인 22주까지는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임신 22주를 초과한 기간의 임신중절은 ‘임신의 지속이나 출산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했다.

임신 14주의 의미와 관련해 이 의원은 “보건복지부 조사에서도 3개월 내의 임신중절이 94%를 차지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 기간 내에 임신의 중단과 지속 여부를 판단하고 있고, 이 시기 행해지는 인공임신중절은 의료적으로도 매우 안전하다”고 했다. 또 이 의원은 “이번 헌재 결정에서 ‘단순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3인은 ‘임신 제1삼분기(대략 임신 14주)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는데, 개정안은 헌재 판결 취지에 부합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임신 14주는 태아가 독자적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미국과 유럽 등 다수 나라에서 인정한 시기다.

임신 22주는 헌재가 결정문에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라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 이 시점 이후부터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도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로 알려져있다.

또 개정안에는 현행 모자보건법의 불합리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지적받는 내용을 변경하는 방안도 담겼다. 현행 모자보건법에서는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임신중절이 가능한데 이 의원은 개정안에서 이 조항을 삭제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의원은 “여성을 독립적 존재로 보지 않는 낡은 사고의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행법은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를 임신중절 허용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것이라는 유죄 판결 내지는 경찰의 기소의견이나 검찰의 기소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하루, 한 주가 중요한 임신부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기다리도록 해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개정안에서 ‘성폭력범죄 행위로 인해 임신했다고 인정할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재판 등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되면 인공임신중절이 불가능해 지는 문제점이 있고,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이나 위력에 의한 간음 등 다른 성폭력 범죄로 인한 임신은 임신중절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미비점이 있었다”며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편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낙태죄를 폐지하면 마치 성형수술 하듯 손쉽게 임신중절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이것은 여성의 삶에 대한 철저한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여성의 자기결정 과정의 깊은 고뇌와 판단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임신중절의 선택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드린다”고 했다.

이 의원은 낙태죄 폐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종교계와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이 의원은 “안전한 임신 중지는 여성의 생명권과 기본권 문제”라며 “종교계의 걱정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낙태죄는 그간 우리 사회가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이자 자기 결정을 할 수 없는 존재로 취급해 왔음을 보여주는 거울이었다. 그리고 우리 국회는 이를 외면해 왔다”며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은 절반의 여성 독립선언이고, 이제 국회가 여성의 진정한 시민권 쟁취를 위해, 이 독립선언을 완성할 때이다. 법안 통과에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글·사진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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