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지만원씨가 5.18 북한군 개입 여부와 관련해 발표를 하려 하자 5.18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19일 5·18 유가족을 폄훼하는 발언을 하고 ‘5·18 북한군 개입설 규명’ 등을 주장해온 김순례·김진태 의원에게 각각 ‘당원권 3개월 정지’와 ‘경고’ 수준의 가벼운 처벌을 내리면서, 그동안 징계 결과를 주시해온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한국당에서 ‘5·18 망언’ 이후 ‘세월호 막말’ 등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결국 이런 ‘자정 능력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결과가 나온 뒤 5·18기념재단과 5월 단체 등은 “면피용 당내 징계가 아닌 국회의원 제명이 필요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후식 5·18 광주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회장은 “70여일 동안 결정을 미루다가 나온 이번 징계는 봐주기 차원을 넘어 5·18 망언에 대한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광주시 등이 꾸린 5·18 민주화운동 진실규명과 역사 왜곡 대책위원회는 오는 24일 한국당을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황교안 대표가 5·18 망언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처럼 발언한 것과 달리, 결국 ‘맹탕 징계’를 해 국민을 우롱했다”며 “5·18을 왜곡·폄훼하는 발언을 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 조항이 마련되도록 한국당 등에 강력히 촉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 윤리위의 이번 징계가 사실상 ‘면죄부’라는 점은 지난해 당 윤리위가 내놓은 징계와 견줘보면 더 뚜렷해진다. 지난해 4월 당 윤리위는 홍준표 대표를 비난했다는 이유로 김정기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에게 당원권 정지 3년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나쁜 전례가 생겼다. 앞으로 해당 행위에 대해 징계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일제히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은 자유망언당으로 당명을 바꾸라”며 “비운의 역사에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은 정당으로서 과거에 대한 반성도, 과거를 마주 대할 용기도 없는 정당임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이 ‘솜방망이 징계'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한국당은 반역사·반민주 집단임을 스스로 고백했고, 국민들의 멍든 가슴에 도리어 더 큰 생채기를 냈다”고 꼬집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5·18 망언 경징계는 황교안 대표의 태생적 한계를 보여줬다”며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꽃이 피지 않는다. 국민 마음속에서는 이미 ‘국민권 정지’”라고 날을 세웠다. 정의당 김종대 원내대변인은 “처벌보다는 격려에 가깝다. 국민이 목숨 걸고 지키려 한 민주주의의 출발이 59년 전 오늘이며, 5·18 광주는 그 연장선이다. 4·19 혁명 59주년을 자유한국당이 망쳤다”고 비판했다.
한편, 황 대표는 이날 인천의 장애 영유아 시설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음달 5·18 기념식 참석과 관련해 “같이 뜻을 모아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날 윤리위가 내놓은 징계 결과 때문에 황 대표가 광주 행사에 가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미나 서영지 기자, 광주/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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