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앞줄 가운데)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광주/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당내 인사들의 ‘5·18 망언’ 징계를 마무리짓겠다던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약속 이행을 위한 후속 조처 없이 망언을 비판한 문재인 대통령의 5·18 기념사 등을 문제 삼으며 국면 전환을 노리는 모습이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이 5·18 연설에서 이른바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망언을 언급하면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했다. 반쪽짜리 대통령의 모습이지 통합의 메시지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전날 나경원 원내대표가 “반쪽짜리 기념식”이었다고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민 대변인은 “황교안 대표는 의자와 우산, 물병이 날아다니는 속에서도 화합을 위해 광주를 찾았다”고 강조한 뒤 김정숙 여사가 황 대표와 악수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 삼았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6일 ‘망언자 징계부터 하고 광주를 가라’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에 “(광주를) 갔다 와서 가급적 빠른 시간에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당 안팎 분위기는 다르다. 5·18 유공자를 “괴물 집단”으로 폄훼했다 ‘3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은 김순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궐위에 따른 충원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볼 때 3개월 뒤 다시 최고위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여러 의원의 관측이다. 그나마 전당대회 전 ‘출당(제명)’ 조치된 이종명 의원도, ‘패스트트랙 정국’과 ‘장외투쟁’ 상황 등을 이유로 제명안이 의원총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망언 의원’ 징계 등을 요구하는 시민에게 항의받고 있다. 광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9일 당 관계자는 징계 절차 진척 상황을 묻는 말에 “이종명 의원 제명 건만 단독으로 의원총회에 올리기는 부담스럽고, 5·18 진상규명조사위원 위촉 등을 묶어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징계(제명 조치)를 해도, 하지 않아도 논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징계 절차 착수가 쉽지 않은 분위기임을 시사했다. 당내에선 이 의원 제명안이 의원총회에 상정되더라도 의결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의원이 많다.
한국당은 ‘망언자 징계’ 문제 언급을 피하는 대신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지각 출범’과 관련해 ‘여당 책임론’을 띄우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19일 ‘누가 5·18 진상규명위 출범을 늦추는가’ 논평을 내어 “지난 1월 추천한 자유한국당 추천위원의 선임을 거부한 것은 청와대”라며 “야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전형적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