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외유성 출장은 잊힐 만하면 등장하는 ‘정치권 비판’의 단골 소재다. 하지만 최근 국회의장 직속 ‘의회외교활동 자문위원회’(자문위)가 의원들의 해외출장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면서, 국회 안팎에서는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자문위의 ‘압박 면접’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보좌관들 사이에서는 ‘면접 대비 노하우’ 공유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말 국회 본청에서 열린 자문위 심사에서는 자유한국당 ㅎ 의원의 해외출장을 두고 한바탕 공방이 오갔다. ㅎ 의원은 독일 등 해외에 있는 자연치유센터를 시찰하겠다며 심사보고서를 냈고, 보좌관이 대신 심사를 받으러 왔다. 1시간가량 이어진 심사에서 윤영관(전 외교통상부 장관) 위원장을 포함한 8명의 자문위원은 ‘국회의원이 왜 이 출장을 가야 하느냐’ ‘꼭 가야 할 사안이냐’ ‘해당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출장과 관련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얘기해보라’는 압박성 질문을 이어갔다. 보좌관은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했고, 결과는 ‘탈락’이었다. 민주당 ㅇ 의원도 해외출장을 위한 계획서를 급하게 냈다가 ‘해외 방문단의 구체적 명단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면접에 들어간 한 보좌진은 “청문회에 선 듯한 기분이었다. 누굴 만나는지, 어떤 형식으로 만나는지 등 하나하나 따졌다. 어찌나 엄격한지 다음엔 웬만하면 계획서를 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의회외교활동 자문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지난 1월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외유성 출장을 걸러내기 위해 출장 전 자문위에서 사전심사를 받도록 했다. 해외출장 계획안에는 ‘하루에 2차례 이상 공식일정’을 기재하도록 했고, 서신이나 전자우편 등 확정된 일정을 뒷받침할 증빙서류도 반드시 첨부하게 했다. 면접에서는 사전 일정 조율(30점), 출장의 합목적성(30점), 절차적 사항(40점) 등을 항목으로 나눠 평가한다. 면접에서는 ‘출장 외에 국내 자료조사, 영상회의 등 다른 방법은 없는 사안인지’ ‘본회의 등에 참석하지 않아도 될 만큼 중요한 사안인지’ 등의 질문을 한다. 면접 경험이 있는 한 보좌관은 “심사가 빡빡하다고 소문이 나 다른 방 보좌진이 와서 미리 질문과 답을 연습하고 갔다. 어떻게 하면 통과할 수 있느냐고 ‘노하우’를 묻기도 하더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심사 강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볼멘소리를 하는 의원들도 있다. 심사에 통과한 한 의원은 한달에 한번 열리는 심사와 관련해 “외교 분야는 상당히 긴박하게 일정이 잡히는 일도 있다. 준비하는 입장에선 한달 전에 심사를 모두 마치는 게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긴급한 필요가 있다면 그때그때 소집하는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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