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전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 청와대사진기자단
천영우 한반도 미래포럼 이사장이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3급 비밀인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고교 후배인 외교관에게 전달받아 공개한 것과 관련 “한국당이 강 의원 폭로를 두둔한다면 공당으로서 자격을 의심받을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며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출당을 선택할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천 이사장은 2010년부터 2년4개월간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대표적인 보수 외교통으로 꼽힌다.
천 이사장은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강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강 의원이 정부를 공격할 소재를 제공하는데 아무리 큰 공을 세웠어도 차기 집권을 꿈꾸는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출당을 선택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교 기밀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나라는 문명국이 될 수 없다”며 “그 내용이 정부를 공격하는데 정치적으로 아무리 유리한 것이라 하더라도 외교 기밀을 폭로하는 것은 더 큰 국익을 해치는 범죄 행위”라고 반발했다. 또 “강 의원의 한-미 정상통화 내용 공개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상종하지 말아야 할 국가로 만드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판 기조와 비슷한 맥락이다. 윤 의원은 입장문을 내어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 해치는 일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강 의원의 3급 비밀 유출 사건’을 “진짜 보수, 가짜 보수 판별의 바로미터”라고 짚었다. 그는 “보수의 생명은 한-미 관계에도 있다”며 “한국당이 진정한 보수정당이라면 엄벌을 요구하고 당 소속의원에게도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도 강 의원을 비호했다. 전날 “이 정부 굴욕 외교의 실체를 보여준 공익 성격”, “국민의 알권리 부분”이라고 주장했던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자가당착 빠진 것 아닌가. 사실이 아니라면서 무슨 기밀이라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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