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신 퇴락” 발언 관련 손학규 대표에게 사과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퇴진을 요구해온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공세가 한풀 꺾였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선 손 대표의 당 운영 방식을 놓고 ‘유승민계’와 ‘손학규계’의 설전이 이어졌지만, 앞선 회의 때처럼 막말이나 고성이 나오지는 않았다.
바른정당계 오신환 원내대표는 “당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갑다. 용퇴를 거부했다면 당 운영이라도 민주적으로 해 더 이상 잡음이 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손 대표 퇴진 요구를 접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손 대표도 지도부 퇴진을 요구해 해임했던 정무직 당직자 13명을 전원 재임명했다.
다만 당 노선이나 지도부를 둘러싼 양쪽 견해 차이가 여전히 명확하게 나뉘어 당분간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은 이날도 △사무총장·정책위의장 임명 철회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주장한 당내 ‘유승민 의원 축출’ 관련 진상조사위원회 설치 △국회의원 정수 확대 반대 등을 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손 대표가 거부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협의 없는 일방적인 정책 판단이 당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우려했다. 권은희 최고위원도 “우리 당은 개혁 보수와 합리적 중도를 지향하는 당”이라며 손 대표가 주장하는 ‘중도 개혁’ 노선을 거듭 문제 삼았다.
그러나 손 대표 퇴진론을 앞장서 주장해온 하태경 최고위원은 잠잠했다. 발언 차례가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앉은 손 대표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 중에 나온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말한 것을 사과하는 의미였다. 하 최고위원은 “당 혁신과 미래를 위해서 치열하게 다투고 논쟁하더라도 손 대표님 말씀처럼 정치의 금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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