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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현직 검사장, 국회의원들에게 “검찰개혁 엉뚱한 처방” 건의문

등록 2019-05-26 23:14수정 2019-05-26 23:20

송인택 울산검사장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건의문’

“개혁대상 몰린 검사지만 개혁 열렬히 응원, 하지만
어떤 수사때문에 검찰 비난받는지 개혁논의 시작돼야
주요사건 대검찰청 사전지휘와 청와대 보고 없애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 게양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 게양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현직 검사장이 국회의원들에게 현재 논의되는 검찰개혁 방안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세월호 사건 때 재발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공개적 건의문을 보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은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제목을 통해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법안들은 애초의 개혁 논의를 촉발한, 수술이 필요한 공안과 특수 분야의 검찰수사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는 덮어버리고, 멀쩡하게 기능하고 있는 일반 국민과 직결된 검사제도 자체에 칼을 대는 전혀 엉뚱한 처방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 검사장은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 논란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고, 저도 비록 개혁의 대상으로 몰린 검사지만, 그런 개혁이 이뤄지기를 누구보다도 열렬히 응원하고 기대한다”면서도 “어떤 수사 때문에 공정성 논란이 벌어졌고, 검찰이 권력의 충견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인지에서부터 개혁의 논의가 시작되고 처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공안·특수수사 등 주요사건에서 왜 ‘정치적 중립’이 흔들리는지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설명했다. 송 검사장은 “국민은 물론 심지어 검사 중에서도 연륜이 짧거나 중요사건 수사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는 검사들은 정치적 사건 등에서 검사의 수사가 검찰청법 제4조의 규정대로 주임검사의 책임으로 단독으로 진행되거나 검찰청법(21조)에서 규정한 검사장의 책임 하에만 진행되는 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주요사건에서 수사의 개시와 진행 및 종결에 대한 결정이 주임검사 단독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그리고 검사장의 결재를 거쳐서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대검찰청의 사전지휘를 받게 돼 있고,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나 사람의 소환은 물론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 여부도 대검의 사전 승인을 받게 돼 있다는 것이다. 송 검사장은 “더 나아가 그런 사건에서 대검은 일선의 수사상황을 법무부에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에 보고한다”며 ”이러한 풍토 속에서 내 편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받고 법과 원칙에 따라 내 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도록 과연 놔두었던 적이 있었는지 정치권력도 스스로 반성하고, 국민에게 양심고백을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송 검사장은 “총장의 임면이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태생적으로 검찰 내부의 신망과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분이어서라기보다 좋게 말하면 코드에 맞는 분, 나쁘게 의심하면 정권에 충성서약을 했다고 인정하는 분은 없을 테니 최소한 정권에 빚을 진 사람이 검찰총장이 되게 돼 있다”며 “정권에 빚을 진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의 이해와 충돌되는 사건을 지휘하면서 100%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바람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지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국회 논의 중인 검찰개혁과 관련해서 연이어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국민의 비판을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공안·특수 분야에 대한 아무런 개혁방안도 없이 마치 검사의 직접 수사와 검사제도 자체가 문제였던 것처럼 개혁의 방향이 변질해 버렸다”며 “이는 세월호 사건 때 재발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9가지 제안을 했다. 먼저 검찰총장 임면과 관련해 현직검사가 아닌 사람 중에서 거찰 업무에 관해 능력과 인품을 검증하고, 국회 동의절차를 거쳐 임명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임명된 검찰총장이라도 구체적 사건마다 개입하는 ‘제왕적 지휘권’을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휘권을 행사한 때는 기소나 불기소 결정과 함께 총장의 서면 지휘 내용이 그때마다 국민에게 공개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정치권력의 개입을 막기 위해 법무부나 청와대 소속 직원이 허용되지 않은 수사사항에 대해 보고받은 것이 밝혀지면 지위나 보직을 불문하고 보고받은 사람은 물론 한 사람까지 형사 처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검사장은 “정치권력과 시민단체는 늘 검찰을 비난하면서도 고소·고발장은 검찰에 제출한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은 검찰로 집중되는 정치적 사건을 특검이나 경찰로 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를 자처해 검찰을 정치적 분쟁의 하수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일정 수 이상 검사장이나 평검사 대표들이 상설특검 등의 회부를 요구하면 특검에 회부되도록 해 검찰 스스로 정치적 분쟁이 휘말리지 않을 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외에도 △의욕이 앞서 또는 상관의 지시에 굴복해 부당하거나 인권 침해 수사가 벌어지면 해당 검사를 문책 △청와대, 국회, 국정원 등 파견금지를 위해 그러한 기관에 근무한 사람은 검사 복귀 금지 △공안기획·특수분야 출신의 검사장은 일정비율 이하로 제한 △정치적 사건과 하명사건 수사는 경찰이 주도하도록 변경하는 방안 심도 있게 검토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송 검사장은 “대통령이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내려놓고 정치권력이 검사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도록 검찰이나 법무부 밖에 독립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실질적 인사가 이뤄지도록 인사제도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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