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알려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대한민국 국가 정보를 총괄하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이 5월21일 서울 강남구 한 한정식집에서 철저한 경호 속에 ‘비밀 회동'을 한 뒤 차량 쪽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더팩트 제공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 원장은 “지인들과 함께한 사적 모임”이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국가정보 총책임자와 여당 싱크탱크 수장의 만남은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 양정철-서훈 만남 왜?
인터넷 언론 <더팩트>는 27일 ‘두 사람이 21일 오후 6시20분부터 4시간 이상 서울 강남의 한 한정식집에서 독대했다’고 보도하며 양 원장과 서 원장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영상을 공개했다. 또 양 원장이 귀가하기 위해 부른 모범택시 비용도 식당 주인이 냈다고 보도했다.
관심은 양 원장이 왜 ‘국정원장’을 만났는지, 식사비 등을 누가 냈는지 등에 쏠렸다. 양 원장은 기자들에게 “당일 만찬 참석자들은 모두 서로 아는 오랜 지인이다. 국정원장과 몰래 만날 이유도 없지만, 남들 눈을 피해 비밀회동을 하려고 했으면 강남의 식당에서 모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간인인 지인들의 사생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동석자가 누구인지) 공개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밥값으로) 15만원을 식당 사장에게 미리 줬다. (사장이) 내가 일반택시를 불러달라고 했는데 모범을 부른 게 미안하기도 하고, 여전히 놀고 있는 줄 알고 ‘짠하다’며 그중 5만원을 택시기사에게 내줬다”고 해명했다. 양 원장은 “2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어 안에서 고생한 분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있다. 도리로 하는 일을 호도하지 말아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오해 사지 않을 신중함도 중요”
야당은 만남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섰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두 사람이 4시간에 걸친 밀회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국가 정보기관의 내년 총선 개입이 본격화된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은 민주당의 총선정보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국정원의 총선 개입이 떠오르는 그림이 아닌가 싶다. 정보위원장을 맡은 이혜훈 의원과 의논해 정보위가 개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국정원장의 처신도 부적절하다.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대화 내용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촛불정부의 국정원장이라면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였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공정한 행보’가 보여지는 게 더없이 필요한 시기”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과잉 해석을 경계하며 선을 그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두 사람은 오랜 인연이 있다. 그냥 한번 만난 것에 불과하다”며 “(사적 만남만으로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했다’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는 양 원장의 독특한 위치 탓에 ‘처신에 신중했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양 원장이) 문 대통령 최측근이어서 단순한 만남도 구설이 될 수 있는 만큼 행보를 신중히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영지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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