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인사검증을 맡았던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신상정보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지난해 말 검찰에 무더기 압수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7일 경찰 관계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해 말 정보경찰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경찰청 정보국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 후보자의 인사검증 자료를 대량으로 찾아냈다. 현재 정보경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요청으로 ‘장차관, 3급 이상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 및 청와대 근무 예정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맡고 있다.
경찰 내부규정에는 활용이 끝난 정보자료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런 규정을 무시하고 민감한 개인정보 자료를 보관해온 것이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는 특정 교수와 관련해 ‘추진력이 부족하다’ ‘국정철학이 부족하다’는 평가 등이 달려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본 검찰은 ‘사찰보고서’라고 판단해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경찰은 지난 2~3월 자료마다 일일이 ‘청와대 요청으로 인사검증을 한 것’이라는 확인을 받아 검찰에 자료 반환을 요구해 이를 돌려받았다. 경찰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한해에 2천여건씩 총 4312건의 인사검증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무리 고위공직 후보자라도 개인 사생활 관련된 부분은 제한적으로 수집되고, 수집된 결과물은 목적이 달성되면 폐기하는 게 원칙이다.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처럼 관리되는 건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현재 인사와 관련된 부분은 인사혁신처가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인사혁신처에서 필요한 경우 당사자 동의를 받아 신원조회 등을 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조계 안팎에선 정보경찰이 인사검증에서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 권한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공직 후보자들의 인사검증 동의가 있었더라도 활용 뒤 즉각 폐기되지 않는다면 이후 경찰의 내사나 수사자료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정보국 관계자는 “현재는 인사검증이나 복무점검 자료를 보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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