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실장과 박지원 의원이 유족 등에게 전달
“김여정 부부장이 이희호 여사 남북관계 개선공로
높이 평가하면서 김정은 위원장 애도 전달”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이 박지원 장례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전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리희호 여사님을 추모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보낸 조화가 12일 오후 6시56분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도착했다. 하얀 국화꽃이 원 모양으로 놓인 높이 2m가량의 조화에는 검은색 근조 리본이 달려 있었다. 조화는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하얀 무진동 트럭 내부에 반듯이 눕혀진 상태로 옮겨졌다. 조화가 이 이사장의 영정 오른편에 자리하자 곧이어 붉은 표지의 조의문을 오른손에 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과 들어왔다.
정 실장은 유족 등에게 “어제 북쪽에서 책임 있는 당국자가 조화를 받아달라고 요청해서 저와 서호 통일부 차관, 박 부이사장이 대표로 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각별한 애도의 뜻과 함께 조화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박 부이사장은 이 이사장의 영정을 향해 인사를 한 뒤 ‘리희호 녀사의 유가족들에게’로 시작하는 조의문을 읽어나갔다. 그가 조의문을 읽는 동안 빈소 안에는 한 문장도 빼놓지 않고 들으려는 듯 긴장감과 고요함이 감돌았다. 김 위원장의 서명이 담긴 조의문은 이 이사장의 영정 앞에 놓였다.
박 부이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조화를 전달받은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통일각에 도착하니 바로 현관에 김여정 제1부부장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현 통전부 실장이 배석했다”며 “김 부부장이 ‘이희호 여사의 서거에 대한 애도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공로를 높이 평가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애도를 유족과 장례위에 전달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박 부이사장은 또 “김 부부장이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고, 제가 ‘이번에 이 여사님 서거에 (북한) 조문 사절단이 오기를 기대했지만 오시지 않아서 대단히 아쉽다’고 얘기했더니 김 부부장은 가벼운 미소로 답변을 대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부부장이) 어느 때보다 이번이 가장 건강하고, 얼굴이 굉장히 좋았다”고 덧붙였다. 면담은 총 15분 동안 이뤄졌고, 김 부부장은 통일각에 도착한 지 25분 만에 돌아갔다.
앞서 이날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빈소에선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은 조문을 온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과 대화하며 “북한이 와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자기들에게 기회인데…”라고 말하자 천 전 차관도 “아쉽다”고 답했다.
서영지 노지원 기자 yj@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LIVE| ‘이희호 평전’ 쓴 고명섭 논설위원이 본 ‘인간 이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