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씨 어머니(맨오른쪽)와 시민대책위원회가 19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민생입법 통과 및 국회정상화를 촉구하며 농성중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방문하여 박홍근 위원장(앞줄 왼쪽 둘째), 우원식 의원(맨왼쪽) 등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국회 본청의 본회의장 입구인 로텐더홀 입구에 앉았다. 어머니 김씨가 국회를 찾은 건 지난해 12월27일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뼈대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 반년 만이다. 당시 김씨는 “(개정된 산안법으로) 우리 아들을 살릴 수 없는데 왜 ‘김용균법’이라고 부르냐”고 호소했다. 김씨 맞은 편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홍근 의원과 우원식·남인순·이학영·어이구 의원 등이 김씨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이들 오른쪽에는 ‘조건없는 국회 정상화’ 펼침막이 세워져 있었다.
어머니 김씨가 국회 의원회관이 아닌 이곳을 찾은 건 을지로위원회가 지난 17일부터 3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을지로위원회는 “민생을 인질 삼아 정치적 이익만을 얻으려 하는 한국당의 행태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한국당의 반민생 폭거에 단호하게 맞서 조건 없는 국회정상화와 민생입법 통과를 위한 긴급 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6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을지로위원회는 한국당이 돌아올 때까지 농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머니 김씨는 “우리나라는 돈이 중심이다 보니까 사람이 안중에도 없는데 사람이 먼저 아니냐. (고용노동부가 산안법 개정에 대한) 하위법령을 바꿔서 좋아질까 기대했는데 그것마저도 안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엉망이 됐는지 용균이가 죽기 전엔 몰랐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로 28년 만에 전부 개정된 산안법의 하위법령 개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7일부터 자유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하며 국회 본청 로톤다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창광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입법 예고한 시행령을 보면, 김씨가 일했던 발전소 현장과 업무는 도급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용부는 시행령에 도급 승인이 필요한 작업으로 ‘농도 1% 이상의 황산·불산·질산·염산 취급 설비를 해체·철거하는 작업’으로 제한해 ‘안전사고와 관련된 업무 범위’로 넓혀 달라는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머니 김씨와 함께 이곳을 찾은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어머니의 톤이 (김씨의) 장례 치르기 전과 비슷해졌다. 산안법 시행령이 문제 되고 나서 장례 치르기 전으로 돌아갔다”라며 “고용노동부는 ‘김씨가 일했던 곳과 같은 컨베이어벨트 작업장이 9만곳이 넘는데 현재 근로감독관 숫자로 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 정부의 설명이 납득이 돼야 하는데 들을수록 화가 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이 국회에서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제재가 가해져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는데 (현행법으로는) 사람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법안 통과는 정치인이 하는데 야당이 많이 반대하고 있고, 여당이 야당보다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 여당조차도 100% 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앞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지난 2017년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에는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이들을 처벌하고, 법인에도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홍근 위원장은 “하위법령이나 시행규칙은 좀 더 여당의 목소리가 관철될 수 있는 구조다. 노동계나 유족들 의견 반영이 부족했다면 저희가 노력을 해보겠다”며 “법령 미비한 부분은 국회에서 계속 요구하고, 이 문제는 저희가 사후적으로도 챙겨나갈 도의적 책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앞장서 챙겨온 우원식 의원 역시 “산안법 개정하면서 한발 더 나아갔다. 생각만큼 한꺼번에 바꾸지 못하는 건 법안이 복잡하게 돼 있어서 하위법령에서 부족한 점 있으면 토론하고 방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어머니 김씨는 “여당이 잘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정말 답답하다. 정치하는 분들도 많이 답답할 거라고 생각한다. 자유한국당은 어떻게 저렇게 민생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지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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