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이후 모습을 보이지 않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붉은 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집단체조 예술공연 관람 수행을 통해 공식석상에 다시 등장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4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인민의 나라’를 관람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북 때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역할을 놓고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같은 반열로 격상한 역할이다. 김여정의 무게가 올라간 역할 조정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만나 이렇게 밝혔다고 이 위원장이 전했다. 국정원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겸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 등장해온 데 대해선 “과거 김여정이 하던 행사 담당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북-중 정상회담에서 빠진 점을 볼 때 위상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국정원은 “환영행사 당시 자리 배치를 보면, 리용호 외무상의 자리가 (그동안 리 외무상보다) 서열이 높았던 당 부위원장보다 앞자리에 있었다”며 “외무성의 위상이 올라갔고, 외무성 그룹이 대외 현안을 주도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이 위원장은 국정원 보고 뒤 브리핑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지도자급으로 격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가 이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자급’이라는 표현을 정정했다. 이 위원장은 “어떤 분이 ‘북한에서 지도자는 김정은 한 사람뿐인데 김여정이 김정은급으로 올라갔다는 건가요’라고 질문한 순간, 북한의 실상과는 맞지 않았음을 알아차렸다. 대한민국의 정보기관이 오해받지 않길 바란다”고 썼다.
국정원은 이번 시진핑 방북 때 북한에서 ‘국빈 방문’(state visit) 성격의 용어를 써가며 환대한 점, 중국 경제·군사 분야 장관급 인사가 동행한 점, 시진핑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가 동행한 점 등 여러모로 ‘이례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중산 상무부장, 먀오화 군 정치공작부 주임 등 경제·군사 분야 고위 관료가 동행한 데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안에서 민생 지원에 초점을 두고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고위급 군사 교류 재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정원은 북한과 중국이 사회주의 이념적 유대관계를 강조하는 가운데 전방위적인 협력 강화를 논의했으며, 비핵화와 관련해 “현재 정세하에 긴밀하게 공조하기로 공감대를 이루고 상호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방북을 결정한 배경 중 하나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홍콩 시위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국정원은 분석했다.
국정원은 의전과 관련해 “북한은 김정은·리설주 부부가 심야 숙소에 동행할 정도였고, 27시간의 시진핑 부부 체류 시간 동안 60% 이상의 일정에 동행하는 등 의전과 환대가 대단했다”고 전했다. 과거 후진타오 주석 등이 했던 ‘공식 우호 친선방문’ 형식 대신 ‘국가방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정상국가 관계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다.
정유경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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