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오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2012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검사 출신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기자에게 말하는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위증’ 논란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국민을 우롱한 거짓말”이라며 성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는 온종일 국민이 우롱당한 거짓말 잔치였다”며 “청문보고서 채택은커녕, 청문회 모욕에 대해 후보자는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윤 후보자를 향해 “즉각 검찰총장 후보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자가) 사람에 충성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해서 기대를 갖고 지켜봤는데, 거짓말이 드러나 실망스럽다”며 “청문회장에서 뻔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국민을 속인 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조 최고위원은 “스스로 판단해 본인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고, 그럼에도 임명권자(문재인 대통령)가 강행한다면 똑같은 사람이 될 것”이라며 사퇴에 무게를 실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유한국당 위원들이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광덕, 이은재, 김도읍 간사, 김진태, 정점식 의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청문위원인 김진태 의원도 “거짓말을 한 사람이 어떻게 검찰총장이 되겠느냐. 명백한 부적격자”라고 비판한 데 이어, 9일 자신의 페북에 녹취파일에 대한 글을 올리고 “청문회 내내 용산세무서장 뇌물사건에 변호사를 소개해 준 일이 없다, 간여한 일이 없다고 했는데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증거가 나왔다”고 공세를 이어 갔다.
민주당은 윤 후보자를 두둔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후보자는 국민과 함께하는 검찰로 거듭나게 할 적임자임을 보여줬다. 정치적 중립성도, 국민 눈높이에서 동떨어진 정치논란이 따르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이 보고서 채택 거부하면 국민이 납득 못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변호사법 위반이 되지는 않는다”라며 “직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데 윤 후보자는 사건 관련 부서에 근무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법에서의 ‘소개’라고 하는 것은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위임계약 체결을 주선하거나 중재하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금태섭 의원은 “청문회에서 얘기한 내용과 나중에 공개된 녹취파일 내용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후보자가 다시 한 번 해명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자는 7년 전 일이어서 발언의 과정은 명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선임에 관여하진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는 녹취 파일 공개 뒤 차수를 변경해 9일 새벽 진행된 청문회에서 “2012년 여러 명의 기자와 통화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분명한 것은 형제들(윤우진과 윤대진)이 변호사 선임을 결정했다는 것”이라며 “저 전화(녹취파일)도 팩트대로 이야기한 것인지 윤대진 검사가 형의 사건에 개입한다는 것을 불식시키려 이야기한 건지 팩트가 뭔진 모르겠지만, 변호사는 형제들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동생인 윤대진 검사가 형의 사건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받자, 기자에게 설명하던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도 9일 오전 기자들에게 “이남석 변호사는 내가 중수부 과장할 때 수사팀 직속 부하였다. 소개는 내가 한 것이고 윤석열 후보자는 관여한 바가 없다. 윤 후보자가 그렇게 인터뷰를 했다면 나를 드러내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정유경 김원철 최우리 기자 edg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뉴스룸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