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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당을 살리는 수혈이 총선 승리로…‘인재영입의 방정식’

등록 2019-07-15 05:00수정 2019-07-15 07:22

총선 9개월 앞 ‘인재영입’ 채비
유권자 정치불신 깊어질수록
인적 물갈이 요구도 더 커져

1990년대 이후 인재영입 경쟁
민주당 계열이 상대적 강점
DJ 총재 때 ‘젊은피 수혈’ 카드로
이인영·우상호·임종석 대거 합류

1996년 한국당도 세대교체 성과
당시 이재오·김문수 등 국회입성
‘차떼기당’ 오명 때도 ‘물갈이공천’
나경원·유승민 등장…100석 넘겨

공천권자 측근 내세웠을 땐 실패
18~20대 총선 한국당 ‘공천학살’
“소장파 사라져 무기력한 야당 돼”
지난 2016년 1월26일 당시 대표직 사퇴를 하루 앞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전 국회에서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가운데)이 첫 인재영입위원회를 열고 위원들을 소개하는 자리에 참석해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 2016년 1월26일 당시 대표직 사퇴를 하루 앞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전 국회에서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가운데)이 첫 인재영입위원회를 열고 위원들을 소개하는 자리에 참석해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1대 총선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재영입’이 여야 모두의 화두로 떠올랐다. 얼마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메이저리거 출신 야구스타와 아이티(IT) 업계 거물 등의 이름이 담긴 자유한국당의 영입 추진 대상자 명단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대표가 위원장을 맡아 인재영입위원회를 꾸리고 9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민주당에 앞서 자유한국당도 지난 3월 이명수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인재의 저수지’라는 정당들이 왜 선거 때마다 새 인물 영입에 사활을 거는지, 각 당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인재영입 방정식’을 풀어봤다.

■ 선거 때마다 영입 경쟁

정당들이 벌이는 영입 경쟁의 배경에는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정치와 정당,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낮으니 선거 때마다 ‘인물 교체’ 요구가 분출한다. 정당들로선 새 인물을 투입해 ‘인적 물갈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내년 선거에서 지역구에 다른 사람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45%를 차지했지만, ‘현역의원이 재선됐으면 좋겠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총선 때마다 초선 의원 비율이 40%를 넘은 것도 대중의 이런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초선 의원 비율은 20대 총선에서 44%, 19대 49.3%, 18대 44.8%였다.

1990년대 이후 영입 경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들이 상대적 강점을 보여왔다.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에 견줘 조직과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바람’과 ‘후보’에 의지해 선거를 치렀던 결과다. 선거를 앞두고 ‘젊은 피 수혈’이란 이름으로 세대교체에 불을 댕긴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1996년 총선에서 천정배·신기남·정동영·추미애 등 개혁 성향의 전문직 인사들을 영입해 좋은 반응을 얻은 김 전 대통령은 4년 뒤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면서 1980년대 대학 총학생회장을 지낸 이인영·우상호·임종석 등 386 운동권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 인재영입 성공 키워드는?

정치적 위기를 맞은 정당들은 새 인물을 앞세워 기존 이미지를 바꾸면서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한다. 가까운 사례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벌인 연쇄 영입이다. 당시 안철수계의 집단탈당으로 흔들리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꾸고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내부 동요를 가라앉히고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경제민주화 전도사’ 김종인 전 대표와 ‘아이티 전문가’ 김병관,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등이 이때 영입됐다. 당시 인재영입 실무를 총괄한 최재성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람을 통해 어떻게 정당이 변화할지 제시하는 게 인재영입의 중요한 포인트다. 유명한 사람만 영입하는 게 아니라 영입 대상인 사람들의 인생에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180석을 자신했지만, 실제 결과를 보니 1당은 123석을 얻은 민주당이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한 석 뒤진 2당으로 전락했다.

‘개혁 공천에 성공한 정당이 승리한다’는 명제는 한국당에서도 확인된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주도한 1996년 공천은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혔다. 이회창 총재 입당과 함께 이재오, 김문수, 이성헌, 김영춘 등 정치 신인들을 대거 국회에 입성시키며 압도적 1당 지위를 지켰다.

2004년은 한나라당이 ‘차떼기당’ 오명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정면으로 맞으며 창당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해다. 그러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아래 최병렬 대표와 서청원 전 대표 등을 탈락시키고 40대 정치 신인들을 전진배치했다. ‘물갈이 공천’의 결과 한나라당은 100석 넘는 의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나경원·유승민·이혜훈 등이 이때 배지를 달았다.

2010년 2월16일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과 함께 위원회 위원들에게 임명장 수여식을 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2010년 2월16일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여의도 당사에서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과 함께 위원회 위원들에게 임명장 수여식을 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 ‘오만한 영입’은 반드시 실패

반대로 공천권자의 측근을 앞세우면 선거를 망칠 확률은 높아진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친노무현계와 386을 집중 공천하고 디제이 계열인 구민주당계를 홀대해 잡음이 일었다. 당 안팎에서 ‘노·이·사(노무현계·이대 출신·486) 공천’이란 비판이 거셌고, ‘질 수 없는 선거’라던 그해 총선에서 참패했다. 공천을 주도한 한명숙 대표가 물러났고, 공천 후유증은 그해 12월 대선까지 이어져 문재인 후보의 패배를 초래했다.

한국당 역시 18대, 19대 총선은 친박계와 친이계가 번갈아 주도한 ‘공천학살’ 파동으로 얼룩졌다. 20대 공천 때는 박근혜 청와대를 등에 업은 친박계가 ‘진박감별사’란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충성파 공천에 골몰했다. 당 관계자는 “정치 새싹을 키우기보다 ‘2인자’를 두지 않는 데 방점을 찍었다. 18~20대 세번의 공천 실패 결과 지금 당은 위기가 닥쳐도 극복할 자체 동력이 없다. 소장파의 대명사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 등장한 지 20년이 다 되도록 차세대 정치인을 키워내지 못한 것이, 지금의 무기력한 야당”이라고 꼬집었다.

■ ‘이벤트성 영입’ 문제없나

하지만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외부인사 영입을 두고 내부에선 쓴소리도 나온다. 내부 육성보다는 외부 명망가를 데려오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선거가 당의 체질과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민석 전 민주연구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00년 새천년민주당 시절, 전방위적 인재영입에 나서봤지만 결과는 회의적이었다. 각계 전문가를 영입했으나 정치적으로 뿌리내린 경우는 많지 않다. 이제 우리나라 정치 발전 수준에서도 정당 내에서 충원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2000년대 이후 보좌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쳐 국회의원으로 입성하는 구조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무리 특정 분야 전문가라 하더라도 정당에서 정치적 훈련 과정을 거쳐야 현실 정치에서 성공할 수 있다. 비례대표는 전문가 집단이 아닌 사회적 약자 몫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게 장기적으로 옳다”고 했다.

한국당은 벌써 박찬호 한국야구위원회 국제홍보위원과 이국종 아주대 교수, 이재웅 ‘쏘카’ 대표 등을 영입추진 리스트에 올렸다가 접촉도 하기 전 본인들이 ‘손사래’부터 치는 무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한 전문가가 비례대표만 4년 하고 정치를 떠난다고 해도 당에서 그 분야가 강화되고 후진이 양성될 수 있다. 눈에 안 보이는 당내 자본효과를 고려한다면 내부 육성을 강화하더라도 인재영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정유경 김원철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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