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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정두언 누구? “합리적 보수정당 만들고 싶다”던 비운의 ‘풍운아’

등록 2019-07-16 20:06수정 2019-07-16 23:33

이명박 정권 일등 공신에서 법정 구속까지
거침 없었던, 파란만장한 정치인
“합리적 보수 정당의 꿈” 버리지 않아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08년 1월1일 유난히 추웠던 겨울 아침. 서울 삼청동 한국 금융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보좌역인 정두언 의원이 나타났다. 진회색 두루마기에 겨자색 바지, 가죽신까지 갖춰 신은 그의 모습은 ‘정권 실세’ 자체였다. 사실상 당내 유일했던 이명박계 의원으로서 유례없이 치열했던 경선을 거쳐 이명박 서울시장을 대통령까지 만들어 올린 위풍과 자부심이 넘쳤다.

그러나 그때가 정 의원의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후 닥쳐올 굴곡은 아무도, 그 조차도 몰랐다. 일등 개국 공신으로 탄탄대로를 달릴 듯했던 그의 정치 인생은 정권 출범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곤두박질쳤다. 그는 그해 6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그의 측근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강력히 비판하며 대척점에 섰고, 권력 투쟁에 치인 그는 자신이 만든 이명박 정권에서 사찰 당하고 법정 구속까지 되는 곡절을 겪었다.

16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된 정두언 전 의원(61)은 ‘정치계의 풍운아’로 불린다.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 최측근 ‘MB맨’이었으나, 정권 초기 권력 밖으로 밀려났다. 17·18·19대 3선 의원으로 당 최고위원까지 올랐지만 구속 수감과 무죄 확정, 20대 총선 낙선 뒤 정치평론가로의 변신 등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살아온 이다.

정 의원은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들어섰다. 국무총리실 등에서 김종필 전 총리, 박태준 전 총리 아래 공보비서관을 역임하며 정치와 가까이 하게 된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아 서울 서대문구 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한 그가 본격적인 ‘정치인생’을 펼치는 계기는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서울시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됐고, 2004년엔 서대문구 을에서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 대선 경선 전략기획 총괄팀장을 맡았던 ‘책사’였던 그는 정권 인수위까지 거침없이 질주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비주류의 길을 걷게 된다. 18·19대 의원시절엔 얼마 없는 수도권 3선이자, 당 내 소장파를 이끄는 개혁파의 구심점으로 활동했다. 날카롭고 거침없는 발언은 늘 주목을 받았고 2010년엔 전당대회에 출마해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그러나 그는 2012년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법정 구속돼 10개월 수감생활을 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20대 총선 4선 도전에는 실패했다. 낙선 뒤 우울증을 앓은 정 의원은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기도 했다.

정 의원은 스스로도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뻗친다”고 할 정도로 주체할 수 없는 끼의 소유자였다. 4장의 앨범을 낸 정식 가수였던 그는 자작곡을 컬러링 음악으로 삼고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의원일 때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꼭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지인들은 “정 전 의원의 마지막 꿈이 연기자가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정계에서 물러난 뒤엔 방송 시사 프로그램 정치 평론가로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고정 출연자로 활동했다. 최근엔 서울 마포구에 일식당을 열어 자영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의 아쉬움마저 놓진 못했다. 연초 그는 “여력이 된다면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 정당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변곡이 많았던 정치 행로만큼 상처도 깊었던 것 같다. 정 전 의원은 낙선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로부터 사찰을 당하면서 ‘권력의 사유화’를 통렬히 비판했던 그이지만, 같은 뜻을 품었던 정치적 동지들에게 외면당하는 고통도 겪었다. 언론에 연재했던 회고록에서 “박영준과 가까운 행정관들이 ‘정부에서 정두언과 가까운 자들의 씨를 말리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억장이 무너졌다”고 썼다. 한 야당 관계자는 그를 “정권을 만들었지만, 한번도 권력을 누려 보지 못했던 풍운아”라고 회고했다.

정유경 성연철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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