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KBS 관련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 내 ‘위기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황교안 대표가 “내부총질은 안된다”며 집안 단속에 나섰다. 황교안 대표 체제 하에서 이른바 ‘친박(근혜계)’이 보직을 독점하며 ‘도로 친박당’ 비판을 받고 있고, 지지율 답보 현상이 길어지는 것이 배경이다.
황 대표는 지난 26일 오후 대전서구문화원에서 열린 대전시당 당원교육 행사에서 “문재인 정권과 싸워야 할 때도 안의 감정을 풀지 못하고 구시렁구시렁거리고 협조 안 하면 되겠냐. 국민들 중에도 ‘내부 총질하지 마라’ 이런 얘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지난 2년간 3번의 선거에서 한국당이 패배한 것은 당이 분열해서 진 것”이라며 “그렇다면 방법은 뭉치는 것이다. 뭉치려면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지 말고 작은 사리사욕은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의 대적, 우리가 이겨야 할 상대방은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황 대표의 이런 집안 단속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내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과 격차를 좁혀가던 한국당의 지지율은 지난 26일 <한국갤럽> 자체 조사에서는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19%· 7월23일~25일, 전국 1006명 조사로 표본오차 ±3.1%포인트)를 기록하며 내려앉은 상태다. 당내 막말 논란과 ‘솜방망이’ 징계, 황 대표의 ‘아들 취업’ 발언 논란이 이어진 뒤 최근 한-일 대결 국면에서도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과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특히 수도권을 포함한 비영남권, 비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우려가 높다. 당 사무총장에 박맹우 의원, 예결위원장에 김재원 의원, 사개특위 위원장에 유기준 의원 등 친박계가 핵심 보직을 전부 차지한 것은 계파 간 의구심을 키운 배경으로 꼽힌다. 당 관계자는 “유일한 비박계인 김세연 여의도 연구원장마저 얼마 안돼 친박계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는 상황인데, 속셈은 (친박계 공천에) 유리한 여론조사를 생산해 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박맹우 사무총장이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와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공화당과의 ‘선거연대설’ 의혹까지 불거졌다. 당에선 ‘선거연대설’을 부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가 번복하며 논란을 키웠다. 한 비박계 의원은 “(황교안 체제가) 개혁보수로 갈 것인지, 구 보수로 돌아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유경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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