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들을 두고 자유한국당 등 야권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한국당은 청문회 날짜를 9월초로 늦추어 여론전을 이어가는 한편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겠다는 목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을 놓고 “사모펀드 불법 투자, 동생 부부의 위장 이혼, 부동산 차명 거래 등 듣기만 해도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모든 의혹이 놀랍게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의혹을 알고도 후보자로 임명했다면 대국민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몰랐다면 인사검증 시스템이 무력화됐다는 의미”라며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이 아니라 조국 정권, ‘조국 농단 정권’이었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조 후보자를 겨냥해 “편법의 달인” “‘비리종합선물세트’, ‘비리 무한리필’ 후보자” “‘가족 사기단’ 의혹의 정점” 등 단어를 사용해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걸핏하면 ‘국민정서법’ 운운하던 (조국) 후보자가 이제 와 적법 운운하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앞서 조 후보자가 관련 의혹들에 대해 “국민 정서상 조금 괴리가 있는 부분이 있지만 모든 절차는 적법했다”고 해명한 것을 비꼰 것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최고위를 통해 “위법이 문제가 아니라, 조국 수석이 그동안 제기한 사회·도덕적 문제에 맞게 살고 발언해 왔는지의 문제”라며 문 대통령의 임명철회에 무게를 실었다. 민주평화당도 “도덕성 논란을 일으킨 조 후보자 스스로 하루빨리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한편 정의당은 인사청문회까지 일단 지켜보고 당론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를 향해 “청문회 전에 (검찰) 수사부터 받아야 한다”(나경원 원내대표)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자유한국당이 총공세에 나서면서 청문회 일정을 놓고도 격렬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국당은 당 연찬회 등 예정된 국회 일정을 이유로 청문회가 가능한 날짜가 많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9월 초까지 최대한 청문회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기세를 몰아 청문회 전까지 여론전을 펼치면서 임명철회 혹은 자진사퇴를 촉구하겠다는 목표다. 한국당은 오는 토요일인 24일 광화문에서 대규모 장외투쟁도 예고한 상태다.
인사청문회법 등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한 날로부터 15일 내에 청문회를 열고, 20일 내로 결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요청안이 제출된 8월14일로부터 20일 내인 9월2일까지는 모든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당 법사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도읍 의원은 “법정기한을 넘겨서도 청문회를 했던 전례들이 상당히 많다. 전례로도 문제가 없고 9월 초가 순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혀 청문회가 법정기한보다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11시 인사청문회 일정 조율 등 국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문희장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도 나경원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신 같은 시각 예정된 당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태스크포스(TF)’의 1차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한국당은 중앙지검에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국 후보자와 그 아내, 동생의 전 부인 등을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반면 조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를 내일이라도 열어주신다면 즉각 출석해 하나하나 다 말씀드리겠다”는 입장이다. 조 후보자는 이날 9시50분께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현대적선빌딩에 출근하면서 “(제기된 의혹이)실체적 진실과 많이 다르다”며 청문회에서 관련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밝혔다.정유경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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