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4급 이상 공무원 퇴직자들이 연 수입 1억원이 넘는 법원 집행관을 사실상 독식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두고 법원 주변에선 ‘무소불위 법피아’라는 지적이 나온다.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고수입을 올리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탓에 법원의 관리·감독은 소홀하다.
30일 <한겨레>가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대법원에서 확보한 ‘집행관 임용 명단’을 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임명된 집행관 527명 가운데 199명(37.8%)은 자신이 과거 일했던 법원에 집행관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행관은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자에게 재판 결과를 알리고,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하는 일을 하면서 채권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법원에 소속돼 있지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이들의 연평균 수입은 1억원이 넘었다(2017년 기준). 수입이 높은 10명의 평균 수입은 2억5400만원이나 됐다.
문제는 집행관 선발이 사실상 내부자들만 참여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법원 고위공무원들이 순번을 정해놓고 명예퇴직한 뒤 그에 대한 보상 격으로 집행관 자리를 얻는 식이다. 집행관 임기는 4년으로 정년이 61살이다. 집행관으로 일하다 퇴직한 전직 법원 공무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내부에서 누가 집행관에 지원하는지 다 알고 있다. 내부 인사 적체가 심하다 보니 후배들은 선배들이 나가주길 원하고, 나가는 선배들에 대한 보상으로 고위직부터 집행관 자리가 순차적으로 주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실태는 현행 집행관법 규정에도 어긋난다. 집행관법을 보면 ‘10년 이상 법원·등기·검찰 주사보 또는 마약수사 주사보로 근무하는 사람 중에서 지방법원장이 집행관을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법원 사무국장, 형사국장 등 4급 이상의 고위공무원 출신이 93%를 차지한다. 지난해 집행관 지원 경쟁률을 보면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9명을 뽑는 집행관에 17명이 지원해 1.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대구·부산·울산·전주·제주 등은 경쟁률이 1 대 1이었다. 지원하는 대로 취업이 된다는 얘기다.
주어지는 혜택은 많지만, 신분이 개인사업자여서 관리·감독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 2015년부터 5년간 민원인에 대한 폭언이나 품위 훼손 등의 이유로 각 법원의 집행관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징계를 받은 건수는 34건에 이른다. 단순 징계 차원을 넘어 정식 재판에 넘겨진 사례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호 의원은 “집행관 제도가 법원 퇴직 공무원들의 노후보장 수단으로 전락했다. 집행관의 역량과 자질을 강화하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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