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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근혜대표 ‘눈물’엔 무엇이 숨었나?

등록 2005-12-29 16:25수정 2005-12-29 19:26

한나라당 사학법 원천무효 여성대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9일 오후 여의도에서 열린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지키기 국민운동 여성대회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조보희/정치/ 2005.12.29 (서울=연합뉴스) jobo@yna.co.kr
한나라당 사학법 원천무효 여성대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9일 오후 여의도에서 열린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지키기 국민운동 여성대회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조보희/정치/ 2005.12.29 (서울=연합뉴스) jobo@yna.co.kr
‘민생정치 외면’ 비난속 내분 봉합한 ‘눈물정치’ 유효기간은?

‘눈물’의 화학적 성분은 별 것이 없다. 그렇지만 ‘눈물’은 슬픔과 더불어 진정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김현승 시인은 ‘눈물’이라는 시에서 “흠도 티도 / 금가지 않은 /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이라고 읊었다. ‘눈물’은 감성적인 영역에서 상대를 움직이는 특별한 힘을 갖는다.

정치판에도 ‘눈물’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눈물정치’?

28일 한나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2시간에 걸쳐서 ‘사학법 장외투쟁’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은 박근혜 대표의 ‘눈물’로 정리되었다. 새해 예산안 처리, 폭설 피해 지원책 등 민생정치 복귀를 내세우며 등원론을 얘기하며 가열되었던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주장은 박 대표의 단호하고도 비장한 발언과 눈물에 가라앉았다.

박 대표는 “지금 들어가는 것은 항복이고, 날치기를 인정해주는 것”이라며 “사학법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원외투쟁 계속 방침을 못박았다. 이날 의총의 결과는 “장외 투쟁 계속”이었다.


정치적 설득이 아닌 ‘눈물’로 당내 갈등 봉합?

한나라당은 사학법 무효화를 요구하며 20여일째 국회 등원을 거부한 채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 공전으로 새해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길 수 있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눈앞에 다가왔다. 호남·충청권 폭설피해 대책도 미뤄지고 있다.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은 구호처럼 외쳤던 민생정치를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28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사립학교법 무효화 원외투쟁에 대해 억눌렸던 반대주장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소장파 고진화 의원은 “사립학교법이 국민 60%의 지지를 받는데, 한나라당이 왜 불리한 전선에 뛰어들어 싸워야 하는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며 “전교조를 타깃으로 한 홍보도 완전히 잘못됐다”고 지도부를 비난했다.

김명주 의원은 “사립학교법도 중요하지만 민생이 도탄에 빠지고 있는 만큼, 마지막 하루라도 국회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영남에 폭설이 내렸더라도 이렇게 했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마지막 발언에 나선 박 대표는 반대파들의 등원론을 깔끔하게 잠재우며 “원외투쟁 계속”이라는 결론을 이끌었다. 박 대표의 반대파 제압 비결은 정치적 논리보다는 ‘눈물’이었다.

박 대표는 사학법의 이념적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자유민주주의 지키는 문제인데 불필요한 싸움인가. 자유민주주의는 정치인이 모든 것에 앞서 지킬 필요가 있다”며 “이것을 못하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전교조는 헌법을 위배하는 특정 이념을 가르치려하는데 이것이 쓸데없는 이념 논쟁이냐”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남북 문제에 있어서 스스로 상당히 넓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까지 북한에 잃었는데 김정일 만나고 온 사람이다. 그런데 이념 문제 이것이…”라며 한동안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사립학교법 개정 강행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장외집회에 참석, 사학법 개정 무효화를 촉구하고 있다./전수영/정치/2005.12.14(서울=연합뉴스)
사립학교법 개정 강행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장외집회에 참석, 사학법 개정 무효화를 촉구하고 있다./전수영/정치/2005.12.14(서울=연합뉴스)

‘눈물정치’ 유효기간은?

보수 신문들은 이를 놓고 “박 대표 목이 멘 1분 2시간 고성 재우다”(조선일보 29일)라거나 “동원론 잠재운 ‘박근혜의 눈물’” (동아일보 29일)이라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의원총회 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박 대표가 눈물을 흘리려 하는데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며 난처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표가 눈물 정치로 당을 다잡는 데 성공했으나 그 유효기간은 미지수다.

반대파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설득하거나 타협안을 내놓기보다는 눈물로 호소하며 일시적으로 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소장파들은 여전히 사학법 투쟁이 색깔론과 전교조 때리기로 진행하는 것에 불만이 있고, 국회 등원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학법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 등원거부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되면 또다시 등원론이 터져나올 수 있다. 눈물까지 보인 박 대표가 또다시 터져 나올 등원론을 가라앉힐 정치적 수단은 무엇일까?

‘박근혜당’, ‘당내 민주화는 죽었다’

한나라당 사학법 개정무효 대전집회 사립학교법 개정 무효화 촉구를 위한 한나라당의 다섯번째 장외 촛불집회가 28일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서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한나라당 사학법 개정무효 대전집회 사립학교법 개정 무효화 촉구를 위한 한나라당의 다섯번째 장외 촛불집회가 28일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서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박 대표식 ‘눈물 정치’의 진짜 문제는 박 대표가 강조해온 당내 민주주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데 있다. 3김 보스정치 시대에는 총재의 뜻이 당론에 우선한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러나 17대 국회 들어 정당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정당의 의사결정은 1인 보스가 아니라 당원과 소속 의원들의 뜻에 따르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이날 의총에서도 17명 발언자 가운데 7명이 등원론을 주장하며 지도부에 반대의견을 냈으나 박 대표의 눈물호소에 묻혔다. 소장파 의원들은 다수결에 의한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성이 문제가 아니라 반대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없는 경직된 분위기가 더욱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형준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의 기본은 비판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최근 상황을 보면 비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고 과거 문제됐던 집단주의적 모습을 강화해 아쉬웠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 이회창 총재시절 당내 민주화 요구하며 탈당…이번엔 ‘눈물’로 등원론 잠재워

당내 의사결정의 민주화는 박 대표가 그 동안 여러 차례 강조한 정치적 신념이었다. 박 대표는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총재를 상대로 당권·대권 분리론 등을 뼈대로 한 당내 민주화를 요구하며 반기를 들었다. 이회창 총재가 박 대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결국 2002년 2월말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결성했다. 탈당을 감행할 만큼 중요한 박 대표의 정치적 신념은 사학법 투쟁 앞에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퇴로막은 강경투쟁, 정치적 부담만 키워

박 대표의 사학법 강경투쟁의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분분하다. 국가 정체성에 대한 박 대표의 개인적 신념이라거나 보수적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전략, 야당지도자로서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학법에 대한 여론조사가 말해주듯 국민 다수는 기존 사학의 문제점에 공감하고 사학법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명분과 설득력이 약한 상태에서 퇴로없는 사학법 강경투쟁은 그래서 위험하다.

박 대표가 사학법에 집착하는 것은 여론에 맞서 탄핵을 추진하다 역풍에 휘말렸던 최병렬 전 대표와 닮았다. 탄핵 당시 탄핵반대 여론은 60% 정도였으나 최 대표는 밀고 나갔다. 당시 최 대표는 불리한 여론에 대해 “세상사는 의지의 문제다. 우리는 사즉생의 각오가 있다”며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박 대표가 “(사학법 투쟁이) 이렇게 끝낼 것이라면 시작도 안 했다”거나 “차라리 나를 정권이 끝날 때까지 구속하라” 등의 발언도 결연함이 묻어난다.

최 대표는 결국 17대 총선에서 탄핵의 역풍을 맞으며 쓸쓸하게 정계를 떠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최 대표가 물러나고 백척간두의 위기 속에서 치뤄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구한 것이 박 대표다. 박 대표는 최 대표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정치 지도자의 잘못된 신념은 자신뿐 아니라 정당의 파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29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당 대표의 눈물에 대해 언급했다. 원 의원은 “지금 우리는 박근혜 대표의 눈물을 볼 것이 아니라 민생이 어렵고 정치가 잘못돼서 고통받는 국민의 피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며 박 대표의 ‘눈물’의 진정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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