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사학법 원천무효 여성대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9일 오후 여의도에서 열린 사학법 원천무효 및 우리아이지키기 국민운동 여성대회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조보희/정치/ 2005.12.29 (서울=연합뉴스) jobo@yna.co.kr
‘민생정치 외면’ 비난속 내분 봉합한 ‘눈물정치’ 유효기간은?
‘눈물’의 화학적 성분은 별 것이 없다. 그렇지만 ‘눈물’은 슬픔과 더불어 진정성의 상징이기도 하다. 김현승 시인은 ‘눈물’이라는 시에서 “흠도 티도 / 금가지 않은 /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이라고 읊었다. ‘눈물’은 감성적인 영역에서 상대를 움직이는 특별한 힘을 갖는다. 정치판에도 ‘눈물’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눈물정치’? 28일 한나라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2시간에 걸쳐서 ‘사학법 장외투쟁’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은 박근혜 대표의 ‘눈물’로 정리되었다. 새해 예산안 처리, 폭설 피해 지원책 등 민생정치 복귀를 내세우며 등원론을 얘기하며 가열되었던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주장은 박 대표의 단호하고도 비장한 발언과 눈물에 가라앉았다. 박 대표는 “지금 들어가는 것은 항복이고, 날치기를 인정해주는 것”이라며 “사학법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원외투쟁 계속 방침을 못박았다. 이날 의총의 결과는 “장외 투쟁 계속”이었다.
정치적 설득이 아닌 ‘눈물’로 당내 갈등 봉합? 한나라당은 사학법 무효화를 요구하며 20여일째 국회 등원을 거부한 채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회 공전으로 새해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길 수 있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눈앞에 다가왔다. 호남·충청권 폭설피해 대책도 미뤄지고 있다. 박근혜 대표와 한나라당은 구호처럼 외쳤던 민생정치를 스스로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28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사립학교법 무효화 원외투쟁에 대해 억눌렸던 반대주장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소장파 고진화 의원은 “사립학교법이 국민 60%의 지지를 받는데, 한나라당이 왜 불리한 전선에 뛰어들어 싸워야 하는지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며 “전교조를 타깃으로 한 홍보도 완전히 잘못됐다”고 지도부를 비난했다. 김명주 의원은 “사립학교법도 중요하지만 민생이 도탄에 빠지고 있는 만큼, 마지막 하루라도 국회를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영남에 폭설이 내렸더라도 이렇게 했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마지막 발언에 나선 박 대표는 반대파들의 등원론을 깔끔하게 잠재우며 “원외투쟁 계속”이라는 결론을 이끌었다. 박 대표의 반대파 제압 비결은 정치적 논리보다는 ‘눈물’이었다. 박 대표는 사학법의 이념적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자유민주주의 지키는 문제인데 불필요한 싸움인가. 자유민주주의는 정치인이 모든 것에 앞서 지킬 필요가 있다”며 “이것을 못하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전교조는 헌법을 위배하는 특정 이념을 가르치려하는데 이것이 쓸데없는 이념 논쟁이냐”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남북 문제에 있어서 스스로 상당히 넓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까지 북한에 잃었는데 김정일 만나고 온 사람이다. 그런데 이념 문제 이것이…”라며 한동안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사립학교법 개정 강행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장외집회에 참석, 사학법 개정 무효화를 촉구하고 있다./전수영/정치/2005.12.14(서울=연합뉴스)
‘눈물정치’ 유효기간은? 보수 신문들은 이를 놓고 “박 대표 목이 멘 1분 2시간 고성 재우다”(조선일보 29일)라거나 “동원론 잠재운 ‘박근혜의 눈물’” (동아일보 29일)이라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의원총회 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박 대표가 눈물을 흘리려 하는데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며 난처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대표가 눈물 정치로 당을 다잡는 데 성공했으나 그 유효기간은 미지수다. 반대파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설득하거나 타협안을 내놓기보다는 눈물로 호소하며 일시적으로 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소장파들은 여전히 사학법 투쟁이 색깔론과 전교조 때리기로 진행하는 것에 불만이 있고, 국회 등원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사학법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회 등원거부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되면 또다시 등원론이 터져나올 수 있다. 눈물까지 보인 박 대표가 또다시 터져 나올 등원론을 가라앉힐 정치적 수단은 무엇일까? ‘박근혜당’, ‘당내 민주화는 죽었다’

한나라당 사학법 개정무효 대전집회 사립학교법 개정 무효화 촉구를 위한 한나라당의 다섯번째 장외 촛불집회가 28일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서 박근혜 대표 등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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