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때 한자릿수까지 좁혀졌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조국 정국’ 이전으로 돌아갔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로 ‘조국 특수’의 시효가 다한데다, 지도부의 잇단 자충수로 한국당 지지율이 급락한 탓이다. 조국 정국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총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던 한국당 안에선 ‘지도부 리스크’에 따른 위기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10월29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정기여론조사(±3.1%포인트, 95% 신뢰수준)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이 각각 40%와 23%를 기록했다. 조국 장관 사퇴 직후인 10월 셋째주 조사에서 한자릿수(9%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던 두 당의 지지도 격차가 2주 만에 17%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이 수치는 조국 전 장관 취임 전인 9월 첫째주의 지지도 격차와 동일하다.
한국당 안에선 “표정 관리만 잘해도 지지율이 올라갈 시점에 지도부가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한숨이 쏟아진다. 한동안 잦아들었던 ‘지도부 리스크’도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내에선 “황교안-나경원 투톱 체제로 과연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말까지 나온다.
황교안 대표에 대해선 조직을 장악하는 리더십도 부족하고 정무감각도 떨어진다는 비판이 부쩍 자주 제기된다. 한 다선의원은 “패스트트랙 표창장 수여식, 공천 가산점 발언, 대통령 희화화 영상에 이은 박찬주 영입 해프닝까지 정치적 악재가 한꺼번에 터져나온다”며 “논란 자체보다 수습책이라고 나온 결정들이 하루 만에 뒤바뀌는 게 더 문제”라고 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공천 가산점 언급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하루 지나 수습하면서 언론 탓을 했다. 정무감각이 너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박찬주 전 대장 영입 건은 최고위원들이 반기를 들자 물러선 모양새가 되면서 리더십에 생채기가 났다. 당 관계자는 “인재영입을 하려면 ‘코드’가 당내에서 공유돼야 한다. 그랬으면 최고위원들이 따로 모여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말수가 적고 신중한 황 대표의 캐릭터에, 영남권·친박계·검찰 출신들로 이뤄진 ‘측근 정치’가 더해지면서 젊은층이나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 통합에 미지근한 황 대표의 태도에도 의구심을 표하는 수도권·비박계 의원들도 많다. 장제원 의원은 “통합에 대한 절실함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보수 통합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조국 사태로 인한 지지율 상승이 오히려 보수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황 대표와 ‘투톱’을 이루는 나경원 원내대표도 위기다. 얼마 전까지도 12월 임기 종료 뒤 총선 때까지 연임을 기대했으나 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 황 대표와의 불화설도 다시 불거졌다. 황 대표가 지난 23일 당 일일점검회의에서 “(공천 룰 언급은) 해당행위”라고 한 것이 나 원내대표의 ‘공천 가산점’ 발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면서부터다. 황 대표가 31일 “나 원내대표를 향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진화했지만, 황 대표 주변에선 이미 나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다. 강석호, 김학용, 안상수, 유기준 의원 등 비박계는 물론 그동안 나 원내대표를 지원했던 친박계 중진급 의원들까지도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며 12월 원내대표의 임기 종료와 동시에 새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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