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통합추진단을 꾸리며 수면 위로 끌어올린 보수 야권의 통합 논의가 거꾸로 당내 갈등을 키우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친박(근혜)-비박’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는 모양새다. 인적 쇄신을 위한 확실한 비전 없이 서둘러 통합 논의를 하다 보니 계파별 이해득실만 넘쳐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황 대표가 제시한 통합 논의 ‘채널’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비박계인 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황 대표에게 원유철 의원을 통합추진단장으로 선임한 것을 우려하는 의견을 전달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12일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혔다. 11일 황 대표에게 전달된 이 메시지에서 권 의원은 “통합추진단장으로 원 의원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유승민 의원과 신뢰 관계가 없습니다”라고 밝히며 대안으로 김무성 의원을 추천했다.
실제 원 의원은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시절인 2015년,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와 함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정책위 의장에 당선되었으나, 당시 박근혜 청와대와 불화설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난 뒤 친박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 비박계에 ‘신친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나와 생각이 달라도 저만하면 믿을 수 있다는 사람을 협상 파트너로 내세워야 하는데, 목표가 우리공화당과 통합이면 몰라도 유 의원 쪽에선 통합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황 대표와 수도권·충청권 중진 의원들의 점심 자리에서도 심재철 의원이 황 대표에게 “원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구원이 있다. 통합 작업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며 재고를 요청했고, 이에 황 대표는 “그쪽에서 요구한 사람이라 무리 없이 잘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반면 친박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8일, 황 대표와 다른 강원 지역 의원들도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유승민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 통합에 강한 반대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당시 “유 의원을 꽃가마 태워 데려오는 것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씨앗이다. 확실하지 않은 중도 표심에 호소하다 우파 집토끼가 화가 날 수 있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다선 의원들이 포진해 있는 비박계 쪽에서 ‘물갈이’를 우려해 보수 통합을 생명줄로 삼아 세를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에 반대하지 않지만, 통합이 확실한 인적 쇄신을 방해하는 쪽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자신의 불출마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우파 정치 세력이 어렵게 되는 과정에서 책임자급에 있던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쉬어야 한다”라며 친박 핵심 인사들을 에둘러 겨냥했다.
정유경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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