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제1차 총선 기획단 회의가 지난 5일 오전 국회 당대표 실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총선 승리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치권이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돌입하면서 선거 승리를 위한 각 정당의 혁신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조국 사태’로 2030세대 표심이 출렁이자 이들을 잡기 위한 여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청년’이라는 열쇳말이 공천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각 정당이 시대적 화두로 부상한 ‘공정’을 대변할 2030세대 수혈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상징적인 1~2명의 청년을 ‘얼굴’로 내세웠던 과거와 달리 ‘청년세대 정치인’이 집단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내년 총선에서 각 정당은 ‘물갈이의 폭’을 넘어, 얼마나 참신하고 능력 있는 청년 인재를 발탁했느냐 하는 ‘물갈이의 질’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 민주당, 2030 민심 이반 심각 위기감
더불어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이번 총선 혁신의 성패가 ‘청년’에 달려 있다고 보고 청년세대를 위한 정책 개발과 인물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국 사태’로 인한 2030세대의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는 데 당 전체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030세대의 마음을 이번 총선에서 돌려놓지 못하면 ‘20년 집권론’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획기적이고 담대한 청년 정책을 당 차원에서 준비 중”이라며 “청년세대들의 절망감이 어느 때보다 높고, 우리 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청년층에게서 표를 많이 잃었다. 그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을, 매우 담대하게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당내에 절박하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당대표, 지도부, 총선을 준비하는 모든 단위에 있는 모든 이들 사이에서 이 부분은 이견이 없다”고 단언했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총선 주요 어젠다인 ‘정치개혁’을 위해서라도 청년 정치인 발굴이 필요하다. 총선기획단 소속 한 위원은 “이미 20대 국회 초선 비율이 절반이다. 물갈이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며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공천을 해야 하고, 그 핵심에 청년 공천이 있다”고 강조했다.
2030세대를 국회에 진입시키는 데 가장 용이한 루트는 비례대표 당선권에 이들을 공천하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우리 당이 청년 비례대표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게 19대 국회 때인데 2명이었다. 그때를 훨씬 뛰어넘는 숫자를 비례 당선권에 전략적으로 배치하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구 가운데 우리 당 우세 지역에 2030을 대변할 인재를 전략 공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 룰을 아직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도부 의지에 따라 ‘청년 비례대표’의 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젊은 층을 대변할 좋은 분을 의원님들이 추천해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은 경선비용·공천심사비 등 면제, 지역구 공천 시 신인 가산점 최대치(25%) 부여 등도 검토 중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영입인재 환영식”에서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한국당, 갈 곳 잃은 2030을 잡아라
자유한국당도 여권에서 등 돌린 2030 표심을 잡기 위해 이들을 대변할 인재 발굴에 힘쓰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20대 후보는 최대 40%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파격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한번 쓰고 버리는’ 기존의 청년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청년 인재를 키울 시스템 마련도 계획하고 있다. 당헌당규상 만 45살 미만으로 되어 있는 청년층의 연령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국당에는 초선 의원이 재선은 물론 5선 의원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있다”며 “이번 공천에서 청년을 위한 파격적인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 그와 함께 소모적으로 이용되다 버려졌던 청년들에게 장기적으로 기회를 주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1차 인재영입 대상인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가 자격 논란에 휩싸인 뒤부터 당 색채가 없는 신선한 청년을 찾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당 인재영입위원회 소속 한 위원은 “회전문 청년, 코드 청년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비당원 출신 재야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소수정당도 청년 정책 전면에
소수 야당들도 청년세대에 다가가기 위해 고심 중이다. 다음달 초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바른미래당의 비당권파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은 아예 청년이 중심이 되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10명 안팎으로 꾸려질 신당추진기획단 전원을 청년으로 구성하고, 창당 이후 꾸려질 총선기획단에서도 청년들을 당 전면에 내세운다는 방침이다.
‘조국 사태’로 민주당과 함께 큰 타격을 입은 정의당은 최근 이자스민 전 의원과 장혜영 감독 등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심상정 대표가 ‘청년세대에게 다가갈 방법을 적극 고민해보라’고 당직자들에게 연일 주문하고 있다”며 “상속·증여세 수입으로 국가가 해마다 20살을 맞은 청년들에게 1천만원의 기초자산을 주도록 하는 ‘청년사회상속법’ 등을 중심으로 청년 공약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장나래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