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낮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국회의원들이 다음 총선 공천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법안 여러 개를 기한에 맞춰 몰아서 발의하는 등의 행태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활동을 ‘법안 발의 수’로 판단하는 양적 평가가 오히려 의정활동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당은 19일 낮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안 몰아치기·쪼개기와 같은 편법으로 인해 16대 국회에서 2507건이던 법안 발의 건수가 20대 현재 2만3092건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이런 행태로 국회 사무처의 행정력이 낭비되고, 질 좋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이 오히려 저평가를 받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에 쪼개기 발의와 중복 발의 금지 조항을 신설해 제도적인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녹색당 분석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공천 평가를 앞두고 현역의원 의정활동 평가에 ‘2019년 10월까지의 법안 발의 건수’를 반영한다고 밝힌 뒤 지난달 말 법안 발의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28일부터 일주일간 접수된 법안은 483건으로, 그다음 1주일간 접수된 법률안 152건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의 경우 20대 국회 들어 대표발의한 법안 87건 가운데 10월28일부터 나흘간 발의한 법안이 26건에 이르는 등 의원 개인의 ‘법안 몰아치기’ 사례도 있었다.
녹색당은 “법안 몰아치기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법률로 통합해서 발의해도 되는 것을 조문별로 쪼개 법안발의 건수를 늘리는 행태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20대 국회에서 가장 많은 법안 발의가 이뤄진 법률은 조세특례제한법(595건, 전체 법안 발의 건수 가운데 2.49%)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조문 일부만 고쳐 쉽게 개정안을 만들 수 있는 법안의 특성 때문으로 녹색당은 분석했다. 다만 같은 법안이라고 하더라도 개정안의 취지가 다를 경우 법안을 분리해 발의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녹색당은 정당이 ‘법안 발의 건수’와 같은 양적 기준을 의정활동 평가에 포함하는 것 자체가 현직 의원들의 편법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은 “현행대로라면 꼼수로 법안 발의 건수를 부풀린 의원들은 좋은 평가를 받고, 하나의 중요한 법률을 오래 연구해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 의원은 오히려 나쁜 점수를 받을 것”이라며 “국회 차원의 조사를 통해 중복발의·쪼개기 등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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