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0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온다면 2선으로 후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승민계’와 함께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로 분류되어 온 ‘안철수계’ 의원들이 바른미래당 잔류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 대표는 1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온다고 결심만 한다면 요구하는 것은 다 해 주겠다. 당권을 달라면 내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2선 후퇴’ 압력을 받아 온 손 대표가 사실상 안 전 의원에게 당의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이야기다. 손 대표는 “필요하다면 다 내어 주겠으나, 들어온다는 것을 먼저 결심하고 공표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이후 독일로 떠났으며 현재 미국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계에 복귀할 가능성은 열어 둔 상태다.
손 대표는 지난 15일 저녁 김삼화, 김수민, 신용현 의원 등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의원들을 만나 퇴진 뜻을 밝혔다고 한다. 김수민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손 대표는 안 전 대표(국민의당 대표)가 바른미래당으로 복귀할 경우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모든것을 수용하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단 손 대표는 안 전 의원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는 뜻을 함께 피력했다고 한다.
안철수계는 과거 손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때까지만 해도 손 대표에게 지지를 보냈으나, 지방선거 참패 및 패스트트랙 정국이 이어지면서 손 대표의 퇴진 요구에 힘을 싣고 유승민계와 함께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유승민계 의원들이 창당 준비에 들어간 ‘새로운보수당’(새보수당)이 중도-개혁보수의 정체성 논란이 재연되며 사실상 안철수계의 합류는 무산된 상태다. 이번 손 대표의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안철수계 의원들은 바른미래당에 남아 당의 중도 정체성 확립과 혁신 작업을 하는 방향으로 틀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특정지역을 떠나, 수도권을 비롯 전국을 아우를 수 있는 중도 정당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의 ‘2선 퇴진’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당권파·호남계 의원들 사이에서마저 대표 퇴진 이야기가 나오면서 궁지에 몰린 손학규 대표가 호남계 의원들을 견제하기 위해 꺼낸 카드로 보인다”며 “안 전 대표가 돌아와 봐야 (손 대표 발언의) 진정성을 알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김도식 전 비서실장 등을 통해 안철수 전 의원에게 같은 뜻을 전달했으나, 아직까지 안 전 의원의 입장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정유경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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